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 문인서재 / 문학관.com / 문인.com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문인.com
작가별 서재
김성열 시인
김소해 시인
김순녀 소설가
김진수 큰길 작가
김철기 시인
류금선 시인
문재학 시인
민문자 시인
배성근 시인
변영희 소설가
송귀영 시인
안재동 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오낙율 시인
윤이현 작가
이기호 시인
이영지 시인
이정승 소설가
이룻 이정님 시인
이창원(법성) 시인
정선규 시인
정태운 시인 문학관
채영선 작가
하태수 시인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장 난 라이트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591 등록일: 2011-03-12
고장 난 라이트

한 날 어느 때인가
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거의 1년을 넘겨서 만난 지라
그가 말했습니다
"야!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다 이렇게 만난다니까"
어쨌거나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지라
한 잔 기울이기로 하고 생각난 김에 집에 어제 사다 놓은
삼겹살 생각이 나는지라 우선 그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서
나는 간단하게 술상을 차리면서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내가 술상을 차리는 동안 냉장고에 들어 있는 삼겹살을 꺼내어
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술상을 다 차리고
자리에 앉아서 30분을 기다려도 여전히 냉장고 문을 열고
냉동실에 머리를 디밀어 놓고도 그것도 부족한지 아예 어깨까지
들어갈 참이었습니다
보다 못해 생각다 못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서며
물었습니다
"왜 그래. 응"
그는 내 말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번에는 잔뜩 머리를
냉장고에 박고 발버둥치듯 허우적거리는 듯해 보였습니다
나는 생각에 이상하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세상의 별꼴이다 싶은 마음만 커지고 이건 아니다 싶어
얼른 그를 끌어내며
"왜 그래 나와 봐 형!"
말했더니
그는 겨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보여 라이트가 고장 났어."
이 말을 들은 나는 도대체 무슨 라이트가 어디에 있다고
냉장고에서 삼겹살 꺼내는데 헛소리까지 하는가 했는데
그가 연이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시력이 나빠서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이 안 보여
가까이 가면 보일까 싶은 마음으로 머리까지 다 디밀었지 뭐야
그래도 안 보이네."
순간 나는 한 대 뒤통수를 얻어 맞는듯했고
잠시 멍하게 서 있다 그제야 웃었습니다 
"그래 눈이 나쁘면 눈이 나쁘다고 말해야지
라이트가 고장이 났다고 하니 나는 무슨 말인가
오해를 했잖아. 미안해 내가 할 게 나와 형"
말하고는 그의 머리를 냉장고에서 천천히 꺼내어 자리에 앉혔고
우리는 소주 한잔에 곁들여진 삼겹살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즐겼습니다
"오늘 오후 내내 냉장고 문을 열어놨으니 전기료 푸짐하게 나오겠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1년이면 내가 아는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고 있겠다 하는 생각에 이르게 합니다.

댓글 : 0
이전글 그녀의 눈물을 발라내다
다음글 꿈의 언어
번호 제목 작성자 추천 조회 등록일
222 자유글마당 한 아름을 위하여 정선규 0 10171 2010-12-27
221 시.시조 자전거 정선규 0 11399 2010-12-27
220 자유글마당 한밤의 대결 정선규 0 11070 2010-12-25
219 시.시조 연꽃처럼 정선규 0 11800 2010-12-25
218 자유글마당 난 화장실이 싫어 정선규 0 11570 2010-12-24
217 시.시조 소꿉장난 정선규 0 11593 2010-12-24
216 자유글마당 가면 정선규 0 11409 2010-12-24
215 시.시조 밥 짓는 형님 정선규 0 11641 2010-12-23
214 자유글마당 버리고 가 정선규 0 11759 2010-12-21
213 시.시조 봄꽃의 비상구 정선규 0 11668 2010-12-21
212 자유글마당 빠꼼이 창 정선규 0 10865 2010-12-19
211 시.시조 어머니 손맛 정선규 0 10775 2010-12-19
210 자유글마당 철이 상자 아래 바퀴 달더니 달린다. 정선규 0 10431 2010-12-18
209 시.시조 언덕 정선규 0 10828 2010-12-18
208 자유글마당 등목 정선규 0 10835 2010-12-17
91 | 92 | 93 | 94 | 95 | 96 | 97 | 98 | 99 | 100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문인 개인서재)입니다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