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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집스러운 사냥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975 등록일: 2011-03-05
고집스러운 사냥

역사 드라마를 보면
왕의 자리를 사이에 두고 다투는 사람들 간에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 없다는 명대사를 접하곤 하는데
여기 우리 동네에도 서로 하나의 태양이 되려고
고집스럽게 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은 왕자도 아니고 태자도 아니면서
담 하나 사이를 놓고 살아가는 이웃사촌 간일 뿐입니다
나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고 말입니다
정말이지 내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 PD라면 무조건 달려가서 알아보고 취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랑이 유치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세상에 이렇게 단순한 이치를 가지고 만나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양 바동거리는
경우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하늘의 달을 따다 우리 동네만의 달을 만들겠다
뜬금없이 말하는가 하면 다른 한 사람은 아니다, 이왕이면 달보다
더 큰 태양을 송두리째 뽑아서 우리만의 태양이 되겠다 하니
황당하다 이렇게 황당할 때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이러다 정말 골치 아픈 하늘은
달과 태양을 우리 동네에 무단 투기하지나 않을까
요즘 나는 밤낮없이 걱정에 시달려 가다 더는
이럴 수는 없어 싶은 마음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두 사람에게 전화해서 물었습니다
"형님 다 좋은데요. 달을 어떻게 따실 겁니까.
그달을 따신다고 말씀하신 게 벌써 한 해가 지났습니다
말로만 그러시지 말고 정말 할 수만 있다면 뭔가를 보여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이 말끝에 나는 쾌재를 질렀습니다
왜냐하면 말이 그렇지 막상 달을 어떻게 딸 것인지 보여 달라고
말하면 뻔히 딸 수 없는 달인지라 말문이 막힐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형님은 물꼬 터진 논배미처럼 말했습니다
"자네 말이야 하나만 알고 하나는 모르는데 달은 딴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야. 달은 새살 돋지. 아! 그리고 달 따는 방법은 달밤에 물 한 그릇
떠서 창문 곁에 놓으면 달이 빠지거든 바로
그때 얼른 건져 올리면 끝나는 거야
내가 말했지 달은 새살 돋는다고"
순간 나는 생각했습니다
"앓느니 죽고 말지 혹 떼려다 혹 붙였네
그러면 태양은 낮 물속에서 손으로 주워담으면 되겠네"
역시 무엇인가 생각하는 사람들은 천재적이면서도 엉뚱하게
새어나가는 머리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감탄했습니다
"참 기발하다. 역시 자연을 상대하는 사람들의 꿈은 거대하다"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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