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그날은 하늘도 지쳤는지 그렇게 당차게 싸늘했던 바람도 거두어들인 채 따사로운 햇볕만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곳곳마다 사람의 홍수를 이루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정도를 넘어선 날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날을 표현한다면 사람의 강물이 골목마다 흘러들어와 전혀 빠질 줄 모르고 넘치도록 낭창거렸습니다 그 수 많은 사람 중에 내가 알고 만난 사람은 다 섯명 뿐이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날 누군가 야! 빨리 택시 타 하고 목 터지게 외쳤는데 다섯 사람 중에 알아들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가능성을 다양하게 가진 동물이라고 하더니 참말로! 정말로! 이 말에 대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꽉 틀어 맞고 말았습니다 한편에서는 우리를 찾는 사람이 쫓아오는데 아무리 주변을 살펴보고 둘러보아도 어쩌면 그렇게 앞뒤가 꽉 막혔는지 이러다 잡히겠다 싶은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자칫하면 오줌 쌀 뻔했습니다 이런 찰라 누군가 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야! 빨리 택시 타" 나는 정말 택시를 타야 하는가보다 싶은 마음에 택시 승강장으로 달려가려 하는데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말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 사람이 택시라고 말하는 것은 진짜 택시도 색시도 아니고 지하철로 흘러들어 가는 에스컬레이터였던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도 상황이 너무 급하다 보니 에스컬레이터라고 해야 할 말을 난데없는 택시라 말하면서 얼른 타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미 이 잘못된 신호 때문에 말을 한 당사자를 제외하고 다른 네 사람은 정말 택시 승강장으로 뛰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택시를 타기는 타야 하겠는데 어디로 달려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있었고 참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그 택시는 말한 당사자 말고는 누구도 타지 못한 채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서로 제각기 가야 할 길을 찾아 신 나게 달리기만 해야 했습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그 사람에게 고마웠습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다 해주었으니까요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