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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겁을 먹어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4182 등록일: 2010-09-20
겁을 먹어서

길을 가다가 어마어마한 큰놈하고 만났습니다
얼마나 큰지 그 녀석이 말이지요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송아지만 했지요
그런데 눈을 확 ~~~ 하고
사정없이 마주쳤는데
금방 나를 덮쳐서 물고 뜯을 것만 같았습니다
"휴 ~~"
말 그대로 십 년 감수했답니다
"이게 뭐냐고요"
"개래 ~~ 요"
"제가 개를 원래 좋아하는데 이놈은 싫더라고요"
"제 목숨을 위협받으니까요"
"그냥 부딪히기만 했으면 덜 망신이지요 "
"시상에 ~~~~"
"시상에 ~~~~"
 "우리 교회 꼬마를 두고 그냥 혼자 가드랬시유"
그래서 얼른 다시 갔더니
"이런 ~~~"
"그 얘가 그 큰놈하고 노는데
타고 놀더라고요"
나는 도망가다가 전봇대하고 키스도 하고
신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 뛰다가 도로에 넘어져서 신을 주워 신느라고 애 좀 먹었습니다
"키키키~~~"
"그래도 좋더라고요"
"개 주인 아가씨가 일으켜 주더라요"
"키키키키~~~~"
참 겁이 지나치게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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