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제인가 늦봄이 막 피어오르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이웃에서 친하게 지내며 자주 놀러 왔다 갔다 하던 농장에 놀러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항상 그 농장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이었지만 겉에서 보기에는 항상 아무 일도 없는 듯 말 그대로 조용하다. 못 해 아무도 살지 않는 농장처럼 변화가 주어지지 않는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소떼들은 부지런히 여물과 사료를 아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눈빛을 근엄하게 내리깔고 되새김질하고 주인과 일군들은 허리 펼 틈도 없이 소똥을 치우고 사료를 주고 송아지들에게 우유를 먹이느라 밖에 봄이 오고 여름이 서서히 주변으로 치근덕거리는 몸짓으로 사람을 낚는 어부처럼 조여오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둔탁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뭐를 꼭 얻어먹자고 때를 잡아간 듯이 점심때가 다 된 시각이었습니다 다들 잠시 일손을 버리고 주인집으로 들어가 누가 강요한 적도 말한 적도 없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품위를 유지하게 시킨 듯 말없이 바지런하게 식사를 했습니다 바로 이때 주방 싱크대 밑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바스락바스락 마른 종이를 두 손으로 비벼대는 현상을 생각했습니다 농장주인이 무뚝뚝한 어조에 그을리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우리 집 막내 소리야 신경 가라앉히고 다들 밥이나 드세" 이 말에 나는 의아했습니다 "막내. 아저씨 막내는 서울에 있잖아요. 언제 소리소문없이 서울에서 내려왔대요" 하고 물었는데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야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우리 집 막내가 쥐새끼냐 싱크대 밑에 들어가 대낮부터 그 짓을 하게." 나는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막내가 또 있었단 말인가 혹 바람을 피웠다면 하고 주접을 떨고 있는데 농장주인 아저씨가 연발 적으로 말을 날렸습니다 "서생원을 양자들이었거든" 나는 서생원이란 말에 또 이게 웬 말인가 하여 "서생원이라 하심은?" 하고 물었습니다 "쥐 말일세 우리 집 막내려니 하고 데리고 있네" 표정 하나 흩어지지 않고 말의 정글을 헤쳐나가듯 미꾸라지처럼 매끄럽게 빠져나가시는데 못 당하겠더라고요 아무튼 얼마나 막내를 사랑하시고 마음에 담아 두시고 사시면 쥐를 막내라고 생각하시며 살아가실까 싶은 마음에 사람이 사람을 떠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신뢰감의 조성인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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