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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생각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005 등록일: 2011-01-04
생각
海月 정선규

11월의 첫째 토요일 사람들이
가을 여정 속으로 도착한 대전역
나오는 곳 단상을 내려오면서
행복한 방언을 왁자지껄 나누며
소담한 광장 안으로 쓸려 내려
금상과 중전이 머무는 궁궐 한 채
금방 지었다 허물어 간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했던가 싶게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뒤엉킨
틈바귀에서 짙은 담배 연기가
누군가의 입술을 떠난 말이 뜨거운 군중심리 반영한 듯
함축시킨 열기를 피워올려
코앞에서 누가 표백하는지
하얀 옹기점으로 오톨도톨 박음질해 하늘과 땅 사이
똑바로 입혀지는가 싶더니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며 아른아른 길 떠나는
뒷모습으로 시야를 벗어난다

대전역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
영재네 아빠. 엄마. 고 모. 할머니
다복한 가정으로 옮겨 가고
혹은 끌리는 연인의 자석으로
가득하나! 사랑 실은 남자 친구 옆에
꼭 달라붙어 손수레 잡고 밀고 당기듯
은근히 뽀스락지 여자의 마음 사위어 가고
그도 아니면 다정한 친구의 어깨 빌려
나란히 엮어 삼삼오오 모락모락 피어 가지만
가을 필통 속 낱개로 나뒹구는 연필처럼
한 사람 두 사람 세포분열 일으켜
갈 길 찾아 떨어지는 질곡은
짙은 담배연기 속에 흐려져 가고
부들부들 유순한 향기만 자욱이 끌린다

차가운 광장 시멘트 바닥에
가늠도 못 하게 술 취해 넘어져 자는
사람에 걸려 휘돌아 빼져나가야만 하더니
털 푸 덕 종이상자 찢어 깔고 앉아
광장 길목에서 장기 두는 노인네들 옆을
김밥 옆구리 터트리는 소리로 비켜가니
광장 나들목에 예의 없는 누군가 세워놓은
오토바이와 맞선을 보다시피 눈 마주치고는
퇴짜 맞은 듯 휘적휘적 맷돌 잡아 돌리듯
돌아 나간다

나는 담배연기 속에 은둔한 채
작은 구멍 난 마음의 창으로 빨래하는
누나의 어깨 위로 걸친 하얀 어깨 끈을
보듬다 이윽고 실오라기 얇은 천 어깨에
두르고 용암사에 앉아 있는 부처를 만나 부드럽게 어깨로
빗어 흘러 넘긴 선율 아래 그 능선에서 헤매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호숫가에서 온몸으로 스며드는
물 안개 뒤집어쓴 채 살갑게 일어나는 닭살에 뭉클 피는
거품 옹기점에 샤워하다 언제 봐 두었는지 모르게
나무 아래 츠근츠근 하얀 날개 돋쳐 있는 아지랑이
그 사람에게 날개옷 지어 입혀 선녀 만드는 행복한
신선놀음에 해 떨어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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