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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향의 봄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427 등록일: 2010-12-07
고향의 봄 海 月 정선규

내 고향 3월이면
가래질이 물밀듯이 들이닥친다
물고 사이 잔잔한 비단결 일듯 물길 트이면
물방개는 여유로운 수영으로 방방 떠다니고
논우렁이는 짝짓기로 본능을 불살랐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의 잠복기
친구로 찾아드는 감기 만날 즈음인데
막내 형님은 맨발로 뛰어들어가
첨벙첨벙 논우렁이 사랑 중 체포하고
수영하는 방개 들어 올려 별난 체험 다 시켜놓고
뜬금없이 밭둑으로 달려가 헝클어진 머리 주워담듯
조망만 한 날샌돌이 손놀림 달래 한 줌이 될 때까지 캐었다

우리 삼촌이 안방에 누우면
언덕만큼 튀어 올라온 배가 꼭 덕고개 닮았다
그곳에 우상처럼 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인가는 없고 해 그림자만 길게 드러누워
누런 억새를 올라타 짓눌러 덮고
바람불면 억새잎 칼 가는 소리만 울려
누런 잔디는 누렁이 털 쓰다듬듯 간질이는
봄바람에 씰룩쌜룩 풍경 짓는 서정의 낙이었다

땅도 간지러운지 바람에 뒤척이다가
아롱아롱 굽이져 오르는 엿 춤사위는 아지랑이로
흙 타는 냄새를 코끝에 주곤 했다
파란 하늘 지붕 삼아 누런 융단이 깔린 잔디에 누워 올려다보면
묵은 이파리를 입에 문 종다리 집 지어 올랐다 내렸다
사닥다리 누가 펴주었는지 참 여유로운 멋이 있었다
부화한 알 속에서 새끼가 나오면 헬리콥터로 이륙해
수직 상승완료 지지배배 우짖어 피우는 노래로 적을 따돌려 냈다

허물어진 밭둑에는 할미새가 보금자리 장만해
아가들 먹이 주느라 무릎 아픈 줄 모르고
문지방이 다 닳도록 넘나들어 턱 어리는 무너져
하이냔 메 뿌리에 눈이 부시면 막내 형님은 친구들에게
질세라 부리나케 달려가 간식으로 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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