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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더위에 걸려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489 등록일: 2010-12-04

더위에 걸려서

8월의 무더위로 더 달아오른 날씨 탓에
마당의 멍멍이도 짖어대던 늠름한 기상을 포기한 채
이제부터는 축 늘어져 잠에 취해 도통 일어나질 않습니다
좀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만
삶을 포기하는 연습을 훈련처럼 하는 듯이 보입니다
개뿐 아니라 요즘 모든 사람은
평소의 생기를 잃고 가지가 축 늘어진 나무처럼
두 어깨가 사정없이 밑으로 내려져 걸어가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뭔가에 틀림없이 걸린 것 같으나
그 혐의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리된 날씨라
굳이 변명하며 길을 걷습니다
더위에 조심하십시오
걸리면 잡지 못합니다
세월의 강이 흘러야 겨우 조금은
덜어진 듯한 기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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