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
하늘은 금방이라도
구름을 한쪽으로 젖혀버리고
연애 쪽지 한 장 날리듯
비를 내릴 것 같은 오후
대한통운 앞 건널목을 막 건넜을 때
그 사내를 만났습니다
늘 소도둑놈처럼 덥수룩한 수염에
짙은 눈썹을 하고 두꺼운 입술을
떡하고 벌려 석류 같은 입술로 와락 포장해
와드득 와드득 이를 가는 사내
그는 오늘도 하얀 이를 헤프게 드러내 놓고
이빨에 잔뜩 긴장을 주어 와드득 와드득
갈아대면서 나를 쫓아왔습니다
옷을 일 년은 입은듯한데 그동안 빨지 않아서
썩은 냄새가 나고 손은 솥뚜껑만 해서
잡히면 뭐 그 무게에 눌려 뼈가 으스러지게
아픕니다
나는 가로수를 사이에 두고 도망갔고
그는 쫓아오다 말고 서서는
이를 가는데 얼굴 근육이 떨리고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내가 느낀 것은 추운 어느 날
춥고 배고파 부르르 떨고 마는
결정적인 삶을 발견하는 듯했습니다
마치 어느 날 생긴 우중충하고
까칠한 날씨를 불러오는 모델이라고 할까요
어쩌면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분위기 연출이던지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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