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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꺼져가는 등불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929 등록일: 2025-02-25

꺼져가는 등불

산 위에 올라 마을 내려다보았다

아침에 길게 들어왔던 해는

점점 서쪽으로 달아나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깊고도 고즈넉했다

그 안의 마을은 육체 안의 영혼이었다

육체의 실내에서 창으로 내다보이는 세상 풍경은

잠이 들어가듯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세상을 등지는 순간이었다

영혼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죽음은 밀물처럼 들어왔다

산 그림자가 빠졌을 때 등불은 꺼졌다

벌거벗은 영혼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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