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베란다에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오른쪽으로 가다가 문득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왼쪽으로 길을 잡았다
길을 가다가 자꾸 질척인다.
집착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념도 아니고
갈피를, 놓쳤다
안방에서 TV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뉴스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예능프로그램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것인가.
아내는 한눈, 팔면 어디 쳐다보느냐고 난리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한눈을 팔아야 살 수 있다
그래야 세상 물정을 알 수 있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제 먹고 사는 일은 한눈, 파는 일이 되었다
그렇게 버티고 견디기 위해서라도 끊을 수 없고
중독될, 수밖에 없다.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오늘도 한 눈, 팔기는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