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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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물 같은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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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3328 등록일: 2022-0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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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물 같은 사랑 요즘 내 말에는 꿀물이 흐른다. 꿀벅지는 들어봤어도 사람의 말에 꿀물이 흐른다는 것은 내 평생에 처음 알았다. 보통 사람이 말을 할 때는 그저 무덤덤하거나 무뚝뚝하거나 아무런 감흥도 감동도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의 한 페이지 분량이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지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면 아무리 그저 그렇고 아무리 별것 아닌 것도 나는 차지게 말하고 있었다.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보아도 늘 애틋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말을 하게 되면 꿀물이 흐른다. 더 보고 싶어서 말하고 또 보고 싶어서 말하고 헤어지기 싫어서 마지 못해서 하는 그런 말들이 나온다. 누구를 사랑하고 그녀를 만나고 대화를 하고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날이 갈수록 더 애틋해진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감동하고 이쁜 말을 하고 너그럽게 대하고 한 번, 두 번, 세 번, 말을 걸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서 자꾸 흘끔흘끔 훔쳐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왜 이럴까? 길을 가다가도 볼일을 보다가도 나도 모르게 씩 웃는다. 마치 밭에 보화을 숨겨놓고 생각날 때마다 남몰래 꺼내어 보듯 말이다. 이게 사랑이고 이게 행복인가 싶은 마음이 울컥인다. 나도 그런데 그녀도 그럴까. 왠지 사랑은 서로를 닮아가는 듯하다. 서로가 모르게 그렇게 스믈스믈 물들어가는 것 같다. 사랑도 행복도 작은 것에서부터 오는 여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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