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
벚꽃이 졌다.
꽃비를 내리며 애잔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했다.
서천의 뚝방길로 사람들은 지나가고
오며가며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여느 날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어쩌면 이런 게 세상이라고
나를 향해 비웃는 것 같았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고.
역시 지는 꽃만 억울하고 싶었다.
벚꽃나무 아래 철쭉이 피었다.
마치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는 것처럼.
그들은 침묵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이게 세상의 매정한 순리일까 싶었다.
누가 죽든지 세상은 돌아갔다.
그 누구의 죽음도 세상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 어떤 기쁨과 슬픔도 세상의 순리를
바꿀 수는 없었다.
한 세대는 오고 한 세대는 가고
기쁨도 잠시요 슬픔도 잠시요
이슬과 같은 존재였다.
세상은 돌아갈 뿐 누구의 죽음 누구의 기쁨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무엇이라도 무난히 통과했다.
올 여름이 무더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