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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시계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079 등록일: 2021-10-30

시계 


십자가였다  
그곳에 예수님은 계셨다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은 
무엇을 바라보셨을까  
늘 생각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오늘도 해가 지고 어스름을 지켜본다 
저녁 약속을 의식한 듯 시계를 바라봤다
하늘과 땅을 가로지르는 수직관계를 
설정하는 저녁 6시를 가리켰다
그것은 십자가였다
12와 6의 수직 관계와 
9와 3의 수평 관계였다  
예수님을 못 박은 후 십자가를 반듯하게  
세워 놓았다

나는 묻고 싶었다
“주여, 무엇을 바라보시나이까
목마른 사마리아 여인을 생각하시나이까
광야를 지나며 목이 말랐던 이스라엘 백성을 
바라보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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