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죽을동 살동 모르고 조각구름처럼 떠 있었다.
밤을 새워가며 샛노랗토록 단단히 눌러서 빛으로
넘치도록 벼렸었던 쟁반은 낮이 들어 사라지고 없었다.
문득 오늘 낮 사흘에 피죽 한그릇도 못 얻어 먹은
아들 얼굴을 하고 낮달이 희멀겋게 찾아왔다.
어제밤 황금알은 깨질듯이 둥글둥글 여물었는데
이제는 아직 맛들지 않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그 뜻을 잃은 표정이었다.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하늘 여기저기 널브러진 구름은 흙더미처럼 무너져내렸다.
둥글둥글 튼실하고 잘 생긴 낮달이 뿌리째 뽑혔다.
구름에서 비켜 선 낮달은 커다란 달집을 되찾았다.
참 사는 게 별쭝맞지.
그만큼 세상 어디에 갔다놔도 살겠다.
밤이고 낮이고 뜨는 저 낮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하늘에 대한 의식 혹은 그 관념을 살피며
자신을 반성 하는듯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