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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가을나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241 등록일: 2021-09-30
가을 나무 


나뭇잎은 떨어졌다
먼지를 털어내듯 산란하게
어느 날 술집에 갔다가 
주인과 싸우고 그 집을 나오면서 
퉤퉤 침을 쏘아붙였다
입안에서 더러운 것을 뱉어내듯이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되새겼다
그녀는 자신을 함부로 못되게 대하는 
남자에게 잔뜩 소금 세례를 주었다 
지독한 불순물 같은 남자를 지우고 
이 남자가 다시는 가게에 오지 못하게 했다
또 누군가는 얼마 전 초상집에 갔다 와서 
집안에 들어오기 전에 온몸으로 소금을 받아냈다 
부정한 것이 묻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훌훌 털어버리고 밖에서 겪었던  
언짢은 기억과 감정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마음에 남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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