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발 땡기는 날
길을 걷다보니 면사무소다.
벌써부터 무파마와 신라면이
현관문 앞까지 뛰어나와서 반긴다.
좋아하지도 않는 라면을
괜히 좋아하듯 부추긴다.
이럴 거였으면 진작부터
면사무소를 알아봐어야 했다.
“면장님 진라면 하나 주세요”
노란 냄비에 계란을 풀고
파를 썰어 넣고 끓이는 라면이
안성맞춤인데.
언제부터 면사무소가
생계형이 되었을까.
해물탕 스낵 너구리
이웃 사촌들이 다 모였다.
다른 때 같으면
어느 면이 제일 쌀까
이리저리 기웃거렸을텐데.
오늘은 어느 면이 제일 잘
사는지를 묻는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제일가는 맛이겠다.
너구리와 스낵의 바삭한 냄새가
참기름에 구워놓았을까를 연상케 한다.
그 무엇에 견주어도 눈에 띄게
다른 것은 운명적인 라면의 추이에
따른 것이리라.
면사무소에 사람 사는 냄새가 있다.
서민의 특권이 살아나고 있다.
인생, 별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