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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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가을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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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3329 등록일: 2021-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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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가을겨울
10월은 아득했다 땅은 꺼지고 도로는 내려앉았다 여름만 있었더라면 삶의 난이도는 쉬웠을 것을 겨울은 추워서 싫었다 추위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피도 눈물도 없이 싸늘했다 아무리 추워도 삼한사온의 여백은 있어야 하는데 겨울은 추위를 풀었다 겨울이면 아껴 살아야 했다 전기는 죽지 않을 만큼 켜고 연탄도 죽지 않을 만큼 참아야 했다 춥고 배고픈 날은 고달팠다 추운 방에서 부대끼며 잠들었다 꽉 끼이는 옷을 입고 빠듯하게 살아야만 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지극히 나를 살리겠다는 듯이 다시 봄은 찾아왔다 딱 여기까지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으면 계절은 부지런히 바뀌었고 나는 꾸준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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