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오늘도 산책에 나섰다 가을 햇살이 가득한 동네 어귀를 지나 건너편으로 김밥 천국 간판이 보인다 소소하게 떨어진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가게 앞에서 덩그럴 덩그럴 바람에 질 척 인다 게 중에 어느 것은 반쯤 말린 채 엉성하게 주먹을 쥐고 있고 어느 것은 빈 주먹을 꼭 쥐고 서성인다 "아니 누가 남의 가게 앞에서 시위하는 거야" 화가 난 주인아저씨 밖으로 뛰쳐나온다
아내의 꿈자리가 들썩인다 입맛이 없을 때면 아내는 김밥을 만들었다 남편은 아내의 애 식 가였다 아그작 아그작 두 번 다시 못 먹을 것처럼 먹었다 그런 남편을 건너다보는 아내가 좀 덜떨어진 여자처럼 수다를 떨었다 "여보 고마워요. 당신이 이렇게 잘 먹어줘서 고마워요. 고마워요" 남편은 넌지시 아내를 비켜 말 한마디 던진다 "나중에 나하고 당신 죽어서 천국에 가면 못 먹잖아 난 당신이 내게 차려주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늘에 감사하지 그날에는 두 번 다시 당신한테 못 얻어먹어요" 허리띠 없는 바지처럼 피르르 입가에 미소가 흘러내린다
남편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덩그러니 말린 나뭇잎을 김밥 넘겨보듯 하며 아내에게 전한다 "여보 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김밥이나 장사할까 고즈넉한 누군가의 발아래 소생하는 만물을 힘입은 맡겨진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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