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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한 해를 보내며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3943 등록일: 2019-02-20

한 해를 보내며

가끔 내 가슴팍 언저리에서 가슴이 찢어지듯 번개가 실핏줄처럼 번졌고 협심증상에 대한 노파심을 끌어안고 병원으로 들어섰다. 심전도 검사에 가슴 엑스레이를 찍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혹시나, 혹시나, 쓸데없는 여지를 남겨놓은 채 오롯이 주치만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다행히 괜찮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냥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

비로소 가벼운 마음으로 신경외과로 발길을 옮겼다. 한 달에 한 번 약 타러 올때마다 진료를 받았다. 유난히 오늘은 많이 바쁜지 주치의는 내게 눈길 한 번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막역했다.잘 지내세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우리는 핑퐁 인사를 나누었고 주치의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뭐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매우 진지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의아심의 난이도는 꽤 높았다.“그러세요" 아침에 가는 것을 봤는데 어디 성당 다니세요?”그랬다. 나는 새벽예배를 다니고 있었다. 보통 의사는 자신의 환자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싶은 것일까?“성당은 아니고 교회 다닙니다.”나는 대답 하면서도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어느 병원을 가도 이런 질문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 마디로 뭐라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 없는 아주 묘하고 별난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시구나.”자신이 기독교 신자였을까. 매우 반가운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몸은 좀 어떠세요?" 잠시 나는 말문이 막혔다. 왜냐하면, 통증의 추이는 때를 따라 달랐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씻은 듯이 통증의 소식이 없었다가도 문득  어느 시점에 닿으면 밀물처럼 통증은 허리에 부딪혀 끊어질 듯 극심한 극대화를 이루었다.“주사는요.”나는 주사 못 맞아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얼씨구였다.맞아야지요.”간호사에게 진료순서 지를 받아 막 진료실을 나서는데 문득 지난 오월의 그 일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날도 약 타러 왔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신경외과 진료는 없었다. 어쩔 수 없어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국으로 갔는데 예기치 않은 당뇨 약이 나왔다. 순간 나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의사는 그 자리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원무과로 달려가서 따졌지만 그 누구도 뭐라 제대로 말해주지 못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더 큰 소리로 떠들었다. 바로 그때 원무과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죄송하다며 사과는 하는데 그 표정에서는 따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자세는 뻣뻣하고 잔뜩 목에 힘을 주었다. 나는 진실성 없는 사과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그 남자는 의사의 잘못이라 말했고 나는 간호사한테 의사 면담을 요청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전혀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죄송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랬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문제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용히만 넘어가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호들갑에 더는 참을 수 없어 혀를 찔렀다.“이건 이료사고야”외쳤고 그는 오히려 고소하라며 끝까지 맞섰다 끝내 아무 결론도 얻지 못한 채 떠밀려 쫓겨나다시피 진료실을 나와야만 했다.

이 일을 그냥 넘어간다면 언젠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기에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병 고치려고 병원에 왔다가 죽는 것이리라. 

일단 알아 듣도록 충분히 이야기했으므로 지켜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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