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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양이 봄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5000 등록일: 2018-03-19

고양이의 봄

 

매서운 서릿발 날리는 연 옹이 닭장 뒤를 헤집고 쏜살같이 달아나는 쥐를 쫓아갔다.

장난하듯 한쪽 발로 살짝 등을 내리밟고 가, , , , , , , 카톡을 때렸다

톡이 떨어졌다. 목숨이 다했다.

그저 여봐란듯이 현관문 앞에 가판대를 차렸다.

잠시 후 집사님이 아침 장을 보러 나왔다.

검둥아! 쥐 잡았어. 잘했어”칭찬 한 줄에 푸짐하게 한 상 그었다.

저 남편인지 웬수인지 옹이는 옆에서 잡념을 버리고 오직 한가지 마누라가 

쥐 잡기 바라는 마음, 온통 그 한곳으로 쏠려 자신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막 가판대 앞에서 돌아서려는 집사님 이제 옹이를 알아봤다.

"KBS 동물의 왕국을 보면 사자는 원래 암컷이 사냥하고 수컷은 뒷짐만 지고

바라보고 있더군" 꾸중도 칭찬도 아닌 신화를 떨어뜨렸다.


한낮의 꼭대기 살을 해맑게 씻어내며 태양의 따뜻한 기운이 온 대지 위에 퍼지면 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 옹이 마누라 연옹이는 어디서 날씨를 망보고 있었는지. 맞이하여 화답하듯 대문 위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 올 한 올 털을 클릭하는 바람의 손에 이끌리어 우리 동네 이야기 듣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음! 그랬어! 정말 큰 일 날뻔했네. 고생 많았어. 이제 나한테 맡겨"

근심스러운 얼굴로 온 동네를 모니터한다

 

집 주위를 맴돌아 집과 집 사이 켜켜이 쌓인 골목길을 따라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어린아이가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올여름 장마가 오면 비좁은 청마루 추어탕 골목길을 일방통행으로 뚫고 내달리는 빗물은 혹 항공 모함이나 좁은 공간에서 비행기를 발진하기 위한 장치가 되어 홍수를 쏘아 올리지 않을지. 또는 실린더 속에서 가열하여 녹인 플라스틱 재료를 노즐을 통하여 폐쇄된 거푸집 속에 빗물을 밀어 넣고 순식간에 물바다를 쏟아내지 않을까 주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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