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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자취방 살림 장만하기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639 등록일: 2010-11-03
자취방 살림 장만하기

내 고향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지금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살아 뛴다
봄이 오면 자전거를 타고 들길을 달리며
물씬 풍기는 비닐하우스 향기로 질펀하게 세수했다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논 농사짓던 논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깻잎을
재배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특산품인 추부깻잎이
대전과 서울 동수산물 시장으로 출하되고 있었다
우리의 학창시절은 고향의 특산물을 비켜가지 못한 채
수많은 추억의 실타래가 엉켰다
대전과 금산의 가운데 끼어 있는데다 중학교가 있다. 보니
이웃의 군북면, 추부면 서대리, 신평리, 요광리, 비례리, 자부리, 장대리,
용지리, 등에서 추부중학교에 입학해 마전에서 자취했던
친구들이 많았으며 한 걸음 더 나가서는 마전이 금산 인근인데 다
그래도 금산읍보다는 방 세가 싸다 하여 마전에서 자취를 하며
금산으로 통학하던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는 이런 속에서 1년 혹은 2년 좀 멀게는 3년까지 자연스럽게
선. 후배 관계를 형성할 수가 있었다
날만 새면 동네 선배와 나는 부리나케 군북면에 사는
금산 농고를 다니는 선배 자취방에 놀러 갔다
방에 같이 앉아서 텔레비전도 보고 그래도 심심하다 싶으면
누구네 밭인지 몰라도 잘 익은 수박 생각에 낮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 되겠으니 오늘 밤 캄캄할 때 서리하자
약속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가 빨리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면 꼬르륵꼬르륵 배꼽시계가 점심때를 알려왔다
그러면 동네 선배와 나는 군복에 사는 선배에게
"우리 배고파 밥 줘"하고 떠들었고 군북 선배는 밥하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주에 집에서 가지고 온 쌀은 바닥이 났고
수저와 젓가락은 각각 한 벌씩인지라 남는 여분이 없으며
그나마 전에 그런대로 쓰던 나무젓가락도 다 쓰고 없었다
또한 전기밥통은 혼자 밥해 먹을 생각으로 갔다 놓은 것인지라
잘해야 2~ 3인분 용인데
어디 우리 간에 기별이나 갈 양이던가
거기에다 몇 주 전에 집에서 가지고 온 반찬 또한 동나고 없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다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비닐하우스 왜냐하면 그 당시 깻잎 농사를 짓던 집에서는
일손을 덜고 품삯을 아끼기 위해 부부를 비롯한 온 식구가 모두 
농사에 매달리면서 누가 집에 남아서 샛밥과 점심밥을 가지고 나갈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생각해낸 것이 비닐하우스 처음 칸을 주방처럼 사용해 요리했다
우리는 그날 밤 수박 서리를 포기하고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들어가니 냉장고 전기밥솥 심지어 개소주 포도즙 돼지고기와 각종 부식거리를
수북하게 냉장고를 채워놓고 현장에서 직접 밥을 해먹었다
특히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 해도 깻잎이 밤에 잠을 자면꽃이 핀다나
어쨌다나 해서 깻잎이 잠을 자지 못하도록 비닐하우스 천장 가운데에
백열등을 켜놓았으므로
달리 손전등 필요없이 작업하기에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우리는 그저 몸만 들어가 손만 움직이면 반찬이든 쌀이든
다 가지고 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어느 집은 일꾼들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많이 먹는 것인지
전기밥솥이 크다는 것이 내 마음을 이끌었다
이뿐인가 밖에 가지고 나와서 비닐하우스를 가로질러 뛰면서
뒤돌아 보면 들깨 숲에서 작은 반딧불이 반짝이는 듯한 착각에
멋있다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날 우리는 횡재를 했고 살림살이 장만에 뿌듯했다
그리고 기념으로 밥을 해먹고 돼지고기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몰라 버리자는 둥 아깝다는 둥 우리 집에 가져가겠다는 둥
시끄럽게 떠들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시끄럽다. 잠 좀 자자 너희는
밤잠도 없느냐"고 소리치는 소리 듣던 것이 엊그제 일처럼 짜릿하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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