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늘 내가 여럿이 어울려 밖에 나가서 술 마실까 봐 걱정했습니다. 외출증 끊을 때마다 “추운 데 그냥 있지 뭐하러 나가요.” 아주유별나고 애틋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어느 날 불현듯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신의 문학 구원의 문법이 생각나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경책이 없었으니 이 뭐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이 밀물처럼 쓸려 들어올 때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겨우 당신한테 말했고 당신은 조금도 싫은 내색도 없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스스럼없이 운명처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당신은 저녁을 배식하면서 말했습니다. “나도 집에 가면 누가 밥해 주는 사람 있으면 좋겠다.” 얼마나 애틋하게 들리던지.
그렇게 계절은 겨울이 되었고 나는 다 된 저녁 시간에 대전으로 전화한다고 나왔다가 늦을세라 급하게 뛰어오다가 그만 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졌고 팔꿈치에는 금방 둥근 시퍼런 멍 자국이 들었는데 멍든 팔꿈치를 본 당신은 속이 얼마나 상했는지 예쁜 얼굴을 구기며 “괜찮아.” 물었습니다.
그리고 시퍼렇게 든 멍을 보고 얼른 약을 가지고 와서 발 주느라 늦게 퇴근하기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언제인지 어금니가 아파서 치과에 갔다가 빼면 보기가 흉하지 싶어 충치 먹은 부분을 갈아내고 때우기로 하고 왔는데 3일 동안을 얼마나 아프던지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점점 얼굴은 부기가 올라 부었으며 밤마다 잠도 못 자고 식사 시간마다 한 술도 뜨지 못하고 있을 때 대신 아파 줄 수도 없어 지켜보아야만 하는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당신은 퇴근할 시간이면 그렇게 애틋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또 어느 날 그동안 얻어먹은 것도 있고 해서 점심 한 끼 사려고 이 사람 저 사람 불러 모았더니 갑자기 이 사람은 외출 금지라서 못 나가고 또 다른 사람은 술 먹어서 나가면 안 되고 요리조리 솎아내어 주머니 사정을 지켜주었습니다.
또 그렇게 여봐란 듯이 잘 시간은 잘 넘어간다 싶었던 그날 상현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갔는데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든가? 들통이 났고 둘이 똑 같아 당신이 실망했다고 하니 가슴은 철렁 내려앉고 이미 잘못된 것을 뒤늦게 뉘우쳐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환의 갈아입는 날이면 환의 달라고 얘기해놓고 여봐란 듯이 외출 나갔다 오면 내 몸에 맞는 가장 작은 치수를 골라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가지런하게 마치 다리미로 다려 놓은 듯 머리맡에 갖다놓고 당신은 얼마나 바쁜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당신이 정성스럽게 갖다 놓은 환의를 보면서 어떤 사람은 “나는, 나는 왜 머리맡에 환의를 갖다 주지 않는 거야. 지금 사람차별 하는 거야.” 길길이 방방 뜨고 날고 있을 때 나는 살포시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별나고 묘한 감정에 휩싸여 흥건한 미소를 함빡 피워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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