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서서
우리 논엔 쌀독이 있다 가을이면 툭툭 털어낼 벼 이삭 돌아가는 탈곡기가 무뚝뚝하게 떨어뜨려 내는 쌀톨들 부지런히 앞치마 헤아려 놓칠세라 떨어질까 잎이 말라진 바스락거리는 마음이 요리조리 바싹 다가서 온다
눈먼 저녁 감기는 햇살이 일면 조랑 박 하나 가득 밥 짓는 배부른 밥솥의 끓어오르는 들썩이는 소리 모락모락 김 뿜어 피어지는 밥상머리 소복이 피어올라 백만 송이 이야기꽃으로 어머니 아버지 마음의 꽃밭에서 가족들에게 내어주던 극치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