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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가을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6960 등록일: 2015-10-15

가을밤

 

살찐 누나의 얼굴에서 얇은 미소가 배어 나오는

달집이 우리 집 마당 위에 떴다.

달이 오는 날이면 세상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와

지붕마다 골목마다 싸늘하게 잠재워 낸다.

매우 냉정한 사람이기에 바늘로 찌른 들 .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전율이 온몸으로 스며온다.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의 감정은 싸늘하게 죽고

콘크리트 건물마다 하얀 벽마다 서리꽃 벽보가 담담하게 붙어

얼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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