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닷가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아주 건강하면서도 단정하여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소년에게도 한 가지 병이 있었습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라면서도 늘 파도와 함께 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파도소리를 들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왜 때려 아야 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예사롭게 보아넘겼던 부모도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알게 모르게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석철아 누가 너를 때리니" 소년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파도소리를 들으면 철썩철썩한단 말이에요" 아버지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있는데 소년은 말을 이었습니다 "아빠 내 손이 자꾸만 철썩거려요 갯바위가 맞아요" 아버지는 다시 물었습니다 "석철아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 소년은 대답했습니다 "저 바다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내 이름도 뒤집혀 철썩 갯바위를 후려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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