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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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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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7947 등록일: 2015-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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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오늘 길을 걸으며 가을과는 걸맞지 않게 옆 사람과 자전거 이야기를 했다. “오늘 왜 자전거 안 타고 왔어.” “내 자전거 집 앞에 세워놓았는데 누가 구멍 냈더라.” “뭐가 어떻게 됐다고” “응 누가 내 자전거 구멍 냈어. 어떤 놈인지 잡기만 하면 가만히 안 둬.” 일순간에 그의 얼굴은 굳었다. “아니 왜 남의 자전거를 구멍 냈대.” “야! 지금 내가 그걸 알면 가만히 있겠느냐?” 듣고 보니 그렇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 “네 자전거 그랬어 봐 너는 아마 방방 뜰 거다. 제기랄“ 바로 이때 그의 탱탱하게 물올랐던 피부는 온데간데없고 바람 빠진 공처럼 여기저기 잔뜩 쭈그러진 것이 70대 노인 같았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으니 주말 탕이었다. 누군지 몰라도 그의 얼굴을 보기 좋게 이리저리 밀가루 반죽 못 해보고 죽은 귀신 있나 싶을 정도로 붉으락푸르락 한 것이 어떻게 보면 익살스럽게 잘 익은 봉숭아 같고 아직 설익어서 아직은 다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사람의 표정이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하는 것이 꼭 주물 같다. 금방이라도 떠서 틀에 부으면 뭔가 나올 듯한 것을 보니 탕만은 아니고 하나의 주물 작품이기도 하다. 어찌 이렇게 멋있을꼬. 정말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아름답다. 감정에 의해 마음이 흔들릴 때 만들어져 나오는 주물 사람의 마음에 화가 났을 때 끓어오르는 탕 아무리 생각해도 뉘 집 자식인지 예리하다. 그러고 보면 육체는 감정을 끓이는 뚝배기 아니면 도가니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열 받지 말라고 하는가보다. 열한 번 잘못 받으면 끓어 넘치거나 쉽게 굳어버리니까.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물건이 아닌가.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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