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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살아가는 향기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7998 등록일: 2015-05-14

살아가는 향기

 

어느덧 세월은 침묵을 지켜 흘러 내가 영주로 내려온 지도 벌써 3년째인데 참 많은 일들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함께 병동 생활 하다가 집을 따라 고향을 따라 일거리를 따라 그렇게 아쉽게 멀어져 갔다.

영주, 경북 영주, 누가 내 여기까지 올 줄 알았던가. 이제는 제2의 고향처럼 내 땀과 혼을 담은 곳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했다. 영주에서 무려 9권의 책을 냈다. 말하자면 나에게 경북 영주는 내 문학의 전부이다. 나의 현실과 장래가 이루어졌고 이루어오는 길이다.

20131112일 그날은 내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인애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명품요양병원이 좋다는 말에 병원을 옮기려고 먼저 입원 상담을 위해 갔다가 참으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새 희망 병원에 입원하게 했다.

짧고도 긴 1년의 영주 생활이었다. 물설고 낯선 아무 연고 없는 영주 땅에 내려와 무일푼에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어리 하나로 내 인생을 개척하는 아주 중대한 시점에 와 있었다. 언제나 말버릇처럼 대전으로 갈 뜻을 굳히지 않고 있었던 힘든 시기에 좋은 병원 말 그대로 내겐 새 희망이 되어준 병원을 만났다. 이것도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여덟 가지 복 중 하나이리라. 당신 나는 일주일에 꼭 세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외출을 통하여 병원에서 허송세월하지 않았다. 사람이 밥으로만 살 수는 없다. 담배 한 갑, 그리고 먹고 자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되도록 이 기회를 살리고자 했다. 화를 복으로 돌리기 위한 나의 몸부림은 시작 됐다.

내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 사람 복도 없네.” 우리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아마 가장 많이 사용하셨던 언어였다.

어디를 가든지 내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내게 하나의 동기 부여가 되어 주며 어깨동무가 되어 주는 사람 서로 의지하고 형제의 우애로 피처럼 인생을 나눌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 가시밭길 속된 말로 지금 곁에 있는 그들은 내게 있으나 마나 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새 희망 병원에 와서야 정말 좋은 분을 만났다. 나에게 본보기가 되고 본이 되어 내 인생에 등불과 같은 정신적인 지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그분 벌써 내가 뵌 지도 일 년이 넘었건만 아직 성함도 제대로 모른다.

누구일까?

항상 외출할 때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맙게 동행하시는 명품요양병원 새 희망병원 통근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다. 항상 웃는 얼굴에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상냥하면서도 자상하게 맞이해주시고 반드시 남을 배려하는 말 한마디 잊지 않는다. 밤새워 일하고 퇴근하는 간병인이 버스에 오를 때마다 그 사람의 얼굴을 자상한 얼굴로 바라보시며 어서 오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위로와 피곤함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이는 아저씨의 타고나신 성정이 아닐까. 늘 그 자리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성실하게 서 계시는 분이다. 이뿐만 아니라 항상 오고 가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매우 자랑스럽고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직장을 홍보하고 권하시며 자신이 아는 만큼 자세하게 설명 하는 데는 얼마나 구수하고 뒤끝이 없는 개운한 맛에 맛깔스러움을 더하여 간단명료하게 쉽고도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다시 감칠맛이 우러나는 멸치 끊인 육수를 듬뿍 부어 내놓는다.

그러면 모두가 맛있게도 참 여운이 길게 따오는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직장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시고 직원과 동료들을 아끼시는 마음은 진정한 아저씨만의 특허이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꼭 그 누구 한 사람이라도 타지 않은 사람이 없는지 버스 안을 둘러보시고 안 나왔으면 좀 더 일말의 일 분이라도 기다렸다가 출발하는가 하면 반드시 늦거나 빨리 가는 법이 없이 정확하게 시간을 준수하여 운행하신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아저씨 손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늦바람났나? 했더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큰일 낼 뻔했다. 옆에서 귀를 쫑긋 귀를 세우고 들어보니 어느 아주머니의 전화였다. 간병인인데 오늘 회의가 늦게 끝나서 늦을 것 같으니 기다려 달라는 전화였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함에도 절대 짜증 한 번 내는 일이 없다. 버스가 달리다가 조그만 소리를 내더라도 반드시 갓길에 버스를 세워놓고 점검하시고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 출발하신다. 말 그대로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인지라 신경이 예민하신 것 같으면서도 꼼꼼하고 빈틈이란 전혀 없다.

누구 말대로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버스를 달리다가도 어떻게 보셨는지 버스를 세우고 기다리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그 누군가는 덕을 본다.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질수록 더 세밀하게 눈으로 살피면서 속도를 줄인다. 특히 힘없는 어르신이면 최대한 가까이 댄다. 때로는 타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는지 세웠다가 간다.

무엇보다 사전안내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둥이 치나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버스 운행을 하는 한 운행하니까. 춥더라고 조금 늦어도 그냥 가시지 말고 기다린다. 그리고 꼭 전화해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나오되 절대 조금 늦는 경우는 있지만 빨리 가는 경우는 없으니 다소 불편하더라도 기다리란다.

요즘 매우 정확한 병원 소식통이기도 하다. 누가 돌아가셨는지 누가 퇴원했는지 병원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병원에 무슨 일이 있는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누구네 집에 소를 키우고 누구네 집에서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지 그 집 사정이 어떤지 누가 어느 병원에 무엇 때문에 입원했는지 적토마이다.

얼마나 빈틈이 없고 바른 생활을 하시는지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지 하는 감탄과 동시에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 대상으로 존경스럽다.

, 새 희망 병원에 와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중 좋은 일이 많았다.

그 중에 또 한 가지를 꼽는다면 내가 새 희망 병원에 입원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20131112일 날 정확하게 내가 새 희망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날도 외출이 있어 버스에 몸을 실었고 시간이 다 되었는지 서서히 버스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내가 나오면서 점심 식전 약을 놓고 나온 것을 그때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선규 님!” 누군가 나를 애타고도 급하게 부르면서 버스가 떠날까 봐 거의 매달리다시피 뛰어올랐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웬 사람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앞으로 나갔는데 참, 눈물 날 지경이다. 원무과 접수창구에 근무하는 직원은 떠나는 버스를 막고 간호사는 칼바람을 헤치고 장갑도 끼지 않는 고운 손에 약을 틀어쥐고 뛰어오고 있었다. 이 순간 나는 이 세상을 다 얻은 왕이 된 착각의 자유에 빠져들고 있었다.

참 대단하다. 두 사람의 협공은 말이 필요 없이 거봉 포도에 맺힌 아침 이슬처럼 이목구비가 영롱한 빛이 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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