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쨍하고 해가 떠 있더니 마음이 싱숭생숭 내일이면 시집갈 처녀 가슴인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온 하늘이 가물거립니다 어디에서 그렇게 떼거리로 몰려오는지 부른 사람도 없거늘 앞도 안 보고 달려오는 구름 오면서 무엇을 주워 먹었는지 입술도 얼굴도 온통 다 시커멓게 그을려 소도둑 같은 몰골로 다짜고짜 들이닥쳐 여기저기 하는 일이라고는낙서뿐입니다 진짜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꾸물꾸물 배가 아픈 것인지 자꾸 뒤척이는데 그 자국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낙서자국입니다 골똘히 머리를 들고 한 번 구름 메시지 읽어나 볼까 했더니그새를 못 참고 다 지우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심한지 수도 틀어 물뿌립니다 그 덕분에 겨울비 옷자락에 스쳐가니 다한 인연 다음의 계속이라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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