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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차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180 등록일: 2010-10-24
차대

며칠 전의 일입니다
밖에 나가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동네 팔각정에 삼삼오오 둘러앉아서 장기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때 동네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누구를 찾아왔는지 한 청년이
차를 몰고 동네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가던 차를 세우더니 어르신들께 길을 물었습니다
"어르신들 삼성동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합니까"
하지만 어르신들께서는 장기에 집중하시느라
아무도 이 말에 대답하시는 분이 안 계셨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다시 물었습니다
"어르신들 삼성동 가려고 하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합니까?"
이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한 어르신이 격앙된 목소리로
"차대" 하고 외쳤습니다
청년은 당황했습니다
삼성동을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차를 대라고 소리 지르니 그럴 만도 하지요
청년은 어르신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어르신 삼성동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느냐고 여쭈었더니
차를 대라 하시니 무슨 말씀입니까"
하고 물었는데 장기 훈수를 들고 있던 어르신께서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아 이 사람아 장기 두면서 차대라는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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