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일기처마 끝으로 깃들어오는 검은 독수리의 그림자 사이로
뉘엿뉘엿 하늘은 평안히 눈을 감아 내린다.
풀 향기 지긋하게 번진 들녘의 지평선은 솔밭 사이로
달리고 보리밭 귀퉁이로 기울어져 가는 서산의 해가
고즈넉이 개구리 첫울음 소리를 물밑에서 떠올리며 서서히
결전의 순간으로 힘찬 도움닫기를 하고 어둠 속을 고즈넉하게
즈려 밟고 어둠에서 갈빗대처럼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