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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낙율 시인

한미 FTA협상 타결에 즈음하여

작성자: 오낙율

추천: 0건 조회: 1272 등록일: 2011-07-16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즈음하여’ 


정 해년 사월 어느 날. 그냥 어느 날 이라고만 하고 싶다. 
TV 체널마다 온통 난리 법석이다. 한미 FTA협상이 극적인 타결을 보았다며. 각 방송사들 마다 앵커들의 목소리가 격양 되어있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저마다의 손익을 계산 하느라. 눈동자 들이 분주해 보였다, 필자가 끼어있던 어느 모임 자리에선 어느 공무원이. FTA 협상 타결로 인해 먹 거리 값이며 각종 생필품 값이 내릴 것 이라는 기대성 발언을 내어 놓다가 여러 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도 있었다. 곳곳엔 농민들이 주도한 반대 시위가 뜨겁게 전파를 타고 .어느 분께서는 분신까지 했다한다. 

이렇게 뒤숭숭한 역사의 현장에서 나는. 이렇게 큰 세상의 흐름을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감희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한숨 몇 번 토하는 것이 고작이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는 부끄러워서 라도 그만 두고. 안타깝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 할 길이 없다 

문화 식민지! 조선을 돕는답시고 우리의 문화부터 야금야금 씹어 먹더니 .마침내 이 나라를 통째로 꿀꺽 삼키고 만 일제 식민 시대의 아픈 역사가 .섬광처럼 머릿속을 후벼 스치는 건. 진정 내가 너무 예민한 탓 일까? 무슨 조약이니 무슨 조약이니 하다가. 끝내는 그들 쪽에서 본 통일. 한일 합방이 이루어지면서 부터 격어야 했던 민족 수난의 긴 터널. 그것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은 .내가 과연 FTA 협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대서 오는 철없는 기우일까? 이 나라의 명철하신 지도자님 들께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 문재를 깊이 생각 해 보신 적이 진정 계신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필자가 가진 권리라곤. 선거 때 투표용지에 동그라미 하나 그릴 수 있는 것이 전부인대. TV를 신문을 아무리 눈 닦고 뒤져봐도 저마다 손 익 계산만 할뿐. 단 한마디도 이 촌부의 생각과 비슷한 기사가 없다. 

그래서 사실 내가 공연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다. 처음엔 먹 거리와 생필품 등 의로 시작해서 .결국엔 민족적 자 의식까지 빼앗기고 말 FTA 협상. 역사책 속 에서나 우리의 문화를 찾아 봐야하는 . 
그런 애틋한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수백만 우리 농민들은 어디 가서 무엇 하며 살고. 소수 직업군의 우리네 국민들은. 다수 직업군의 그늘을 피해. 어느 땅에 가서 해살 쬐고 살란 말인가. 과연 이 땅에.민족의 장래와 정통성을 값지게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살고 있 길래. '낙후하지 않으려면 세상의 기미에 순응하며 살아야한다' 는 그럴싸한 진리가 공중파를 타고. 안방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국민들을 세뇌 하도록 내 버려둔단 말 인가 

어느 약 민족이 강대국의 성화에 못 이겨 FTA 협상을 체결 했다 치자. 그러나 그 나라의 정부는 그 날을 조기 계양일로 선포하고 대국민 성명을 통해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정부가 힘이 약해서 이러한 현실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러한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시고 여러분의 의지와 지혜를 모아. 우리의 항만과 철도와 공항으로 부터 솟아져 들어오는 수입품으로 부터. 우리의 것을 지켜주십시오‘ 라는 식으로 대 국민 호소문을 공중파에 띄울 줄 아는 나라. 그런 나라의 정부야 말로. 진정 진실과 양심이 살아있는 정부가 아닐까 생각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국민은 정부를 신임하게 되고. 민과 관이 합체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생겨나서. 국난을 극복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참으로 답답하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해서인지 .찬성과 반대의 새끼줄 경계를 갈팡질팡 하며 넘나드는 정치인도 있다 한다. 이참에 나도. 암담한 시국의 논리는 접어두고. 시국의 무대 위에서 열연 하는 그들 연극인들의 흉내한번 내어보며. 협상 타결에 대한 축시라도 한편 써서. 이 시대의 낙후 의식 자 라는 낙인을 지워보면 어떨까? 

축시 

참 좋겠다. 

우리는. 우리 국민은 

쇠고기 값싸게 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 

더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십 오년 후를 생각하면 

가슴 설렌다. 

 

좋겠다. 

우리네 농민들 

수십 년을 도시의 머슴처럼 살더니 

이제 고된 농사일 

안 해도 되니 좋겠다. 

 

도시는 값싸게 먹어서 좋고 

농촌은 농사일 안 해서 좋고 

아! 한미 FTA협상 타결 

이날을 경축일로 삼을 법 하잖은가 

 

하루쯤 거나하게 먹고 마시며 

자축 하자고 

표 많이 가지신 어르신들께 

넌지시 아뢰고 싶다. 

 

커다란 주먹 높이 들고서 

얼굴엔 적당히 미소를 짓고. 

그들이 외친다. 

문화의 통일을 외친다. 

세계의 통일을 외친다. 

 

아! 

거인과 아이가 

똑같은 조건으로 

샅바를 거머쥐고 

모래판 위에 마주 않았다. 

폭력이 아니다 

그건 공평 함이다. 

 

힘의 논리가 심판을 본다. 

고대 에서나 현대 에서나 

힘의 논리로 심판을 한다. 

 

그놈의 힘의 논리는 예전이나 작금이나 변하지도 않는데. 차라리 부끄러우면 가만이나 있지. 입들만 있어서 잘도 둘러댄다. 열강의 횡포 앞에서 숙이고 저항 하고를 수 없이 하면서 버텨온 우리 국민들. 눈치 하나 만큼은 빤한데. 어찌하여 그런 우리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하는지. 

FTA의 모체인 우르과이 라운드가 무엇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 뭐하나 빠짐없이 다 내 놓으라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꼬마 아이일 지라도 무엇인가를 손에 꼭 쥐고 펴지 않으면. 그것을 뺏어 내기란 어지간히 어려운 법인데. 우리는 스스로 손바닥을 펴서 다 내어 주자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민들이 움켜 쥔 손바닥을 정부가 앞장서서 억지로 펴게 하는 꼴이 된다면. 누구 좋으란 짓 인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팔아서. 값싸게 먹 거리와 생필품을 사 들여온다 치자 .자동차를 팔아서 먹 거리나 생필품을 사고 남는 차액의 가치가. 과연 수십 년을 도시의 머슴처럼 살아온 우리네 농민들을 배신하고. 묵묵히 일만 해 오던 소수 직업군의 자국민 들을. 울타리 바깥으로 내다 버려도 될 만큼 큰 것일까? 정부에선 그들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구제하고 지원한다 치자. 그러나 이미 그들이 받은 가슴 속의 상처는 어찌한단 말인가. 상처받은 그들이 내어 젖는 손과 고개 때문에. 분열되는 국론은 또 어쩐단 말인가. 

장차 우리의 생산품이 수입품에 밀려나 생산 자체를 완전히 멈추고 말 때. 저들은 이때다 싶어 힘을 앞세운 트집으로 .그들이 먼저 FTA 계약 자체를 파기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생필품은 생필품대로 사들여야 하고 수출은 수출대로 난항을 겪게 되어. 사상 초유의 경제 대공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뻔하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 힘의 논리가. 우리를 다시 경제와 문화의 식민지국민으로 전락하게 만들 것이, 수 백 년 수 천 년을 인간 사회에 작용해 온 힘의 논리야 말로. 우리가 거부할 수 없이따라야만 하는 . 그래서 강해져야만 하는 이유이자.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인 것 을. 
지금 우리는. 그 큰 흐름의 속성을 망각하고 말았다. 
이 어찌 답답하고 큰 일이 아니겠는가? 

 

曉 泉 오 낙율 살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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