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소산/문 재학
양지바른 무덤가엔
해마다 이른 봄이면
꼬부랑 할미꽃이 핀다.
찬이슬에 곱게 단장하고
바람에 빗질한 새하얀 솜털
세월에 지친 허리로 굽어들고
가슴 아픈 전설은
아득한 그리움으로
알알이 물들어온다.
마른 잔디를 태우는 아지랑이 속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티 없이 맑은 영혼
미풍에도 덧날 것 같은 서러움
시간의 바다 속에
외로움에 젖어온 나날들.
애달픈 삶의 슬픈 추억은
끝끝내 휘날리는 백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