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던 그 자리 * / 안재동
갑자기 커터칼이 필요하다 지우개가 필요하다 자도 필요하다
늘 있던 그 자리를 찾아보니 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안 보인다 이눔들, 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 여기 저기 정신없이 수색한다
끝내 못 찾고...
있던 그 자리에 얌전히 있어야 할 것들이 그 자리에 꼭 있을 줄로만 믿었던 그것들이 안 보인다 언제 봤더라?
도망갔을까? 반란인가?
(평소 좀 챙겨 보셨어야지, 필요할 때만 찾소? 어디 한번 좀 당해 보슈!)
어디선가 귓전을 맴도는 비아냥 소리들, 확 커진다.
※《계간문예》 2020년 가을호(제61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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