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민문자
사람보다 먼저 풍년가를 부르던 참새들
황금벌판으로 가을이 익어 갈 때는
어디선가 군무를 추며 떼로 날아와
이 논 저 논 벼이삭을 쪼아 먹었다
참새 떼를 물리칠 양으로
허름한 옷가지와 모자로 허수아비를 세우고
논 위에 얼기설기 깡통을 매달아 놓으면
요란한 소리 딸랑딸랑!
참새들도 가짜라는 걸 알았나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다
타는 가을 햇볕의 뜨거움을 참고
긴 막대에 감긴 긴 끈을 휘두르며
소리 소리치며 참새 떼를 몰아냈었지
훠이 훠이!
메뚜기도 잡으면서
도둑 떼, 참새들을 물리치던 추억
황금벌판 새들의 군무가 눈에 선하다
(2018.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