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섬 바닷길
민문자
푸른 바닷물 위에 오똑한 목섬
육지로 이어진 선재도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니
모세의 지팡이가 갈라놓은 홍해처럼
바닷물이 쫙 빠진 신비로운 바닷길
코발트색 하늘 아래 맑은 햇빛 반사하는 모래
어쩜 트럭으로 실어다 토목공사를 한 것처럼
부서진 조개껍질 섞인 모랫길
사박사박 발길도 가볍게 춤을 춘다
드디어 목섬에 도착
검은 바위에 배낭을 맡겨두고
긴 모랫길 따라 질척한 곳까지 가서
물이 스밀 듯 스밀듯한 발 맛 뒤로하고
여럿이 노는 것도 식후경이라
그늘 없는 모래톱에 둘러앉아
도시락 여니 찬란한 오방색
이것저것 권하며 배꼽시계 맞췄지
울퉁불퉁 바윗길 넘나들며 짧지 않은 거리
측섬을 휘돌아 걷는데 코가 벌름벌름
아카시아와 하얀 찔레꽃 향기에 취해
아픈 다리 쉬어가자며 조개무덤에 주저앉히네
영흥도 장경리 고운 모래 해수욕장 앞에 서니
문우지정을 나누던 시인 생각이 불현듯 나서
전화를 하니 어제 만난 듯 반가운 목소리
출타 중이라 안타까워하면서 후일을 기약하네
여러 문우에게 그의 시비에 새겨진
시 <내 사랑 영흥도>를 낭독으로 소개했지
영흥도 농협 앞 광장을 지날 때 그 시비
귀로에 오른 우리에게 차창 밖에서 손짓하네
영흥대교 건너며 바라본 바다는 만조가 되었는지
우리가 걷던 바닷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목섬은 상체만 드러내놓고 바닷물에 목욕 중이었네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고 바다 냄새를 안고 돌아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