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말
민문자
베란다에 있는 화분 중
올해 유독 눈길을 끄는 화분이 있다
군자란도 아니고 동양란도 아닌
이름도 알 수 없는 잡초
이른 봄에 빈 동양란 화분이 있길래
동전 모양의 다육식물을 옮겨 심었지
어느 날 풀씨 하나의 놀라운 발아
화분 중간 배수구 틈으로 푸른 새싹이 나왔다
공중부양하듯 수평으로 서서 얼마나 견딜까
걱정은 금물
한 해가 다 돼가는 이즈음은
푸른 잎은 겹겹이 층을 이루더니
윤기가 흐르며 아주 무성하기까지 하다
끈질긴 잡풀의 생명력
풀이 나를 보고 생끗 웃으며 건네는 말
잡초라고 무시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