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민문자
밥맛 좋다는 철원 오대쌀 10kg짜리 한 포대를 가지고
아들이 모처럼 집에 왔다 갔다
마침 외출 중이어서 대면도 못 하고 아비의 말만 들었다
그래 아직도 쌀이 목숨이지
풍요로워진 이즈음에는 쌀 소비량이 상당히 적어져
제1순위로 생각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970년대에는 80kg짜리 쌀 1가마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지
다음 60kg 포대, 그다음 40kg, 20kg으로 줄더니
이젠 보통 10kg짜리 포장이 대세인 모양이다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 꿈은 아주 접었는지
소띠로 태어나 바쁘게 소처럼 일에만 열중하는
아들의 멍에가 된 우리 부부 오늘도 가슴이 몹시 아리다
아들은 아비의 빈 지갑을 채워주고 갔나 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해야만 목숨을 부지하는 아비와
개성이 강한 어미 부양하느라 얼마나 고달프랴
평상시 아들이 보고 싶어도
그 아들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어도
돈 벌기 바쁜 그의 심기가 불편할까 봐
꾹꾹 참는 부모의 마음을 알까 모를까
왠지 아들만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시울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