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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의 작품읽기

민문자 시인
아들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8948 등록일: 2015-11-13

           아들


 


 

                              민문자


 


 


 

밥맛 좋다는 철원 오대쌀 10kg짜리 한 포대를 가지고

아들이 모처럼 집에 왔다 갔다

마침 외출 중이어서 대면도 못 하고 아비의 말만 들었다

그래 아직도 쌀이 목숨이지

 

풍요로워진 이즈음에는 쌀 소비량이 상당히 적어져

1순위로 생각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970년대에는 80kg짜리 쌀 1가마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지

다음 60kg 포대, 그다음 40kg, 20kg으로 줄더니

이젠 보통 10kg짜리 포장이 대세인 모양이다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 꿈은 아주 접었는지

소띠로 태어나 바쁘게 소처럼 일에만 열중하는

아들의 멍에가 된 우리 부부 오늘도 가슴이 몹시 아리다

아들은 아비의 빈 지갑을 채워주고 갔나 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해야만 목숨을 부지하는 아비와

개성이 강한 어미 부양하느라 얼마나 고달프랴

 

평상시 아들이 보고 싶어도

그 아들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어도

돈 벌기 바쁜 그의 심기가 불편할까 봐

꾹꾹 참는 부모의 마음을 알까 모를까

왠지 아들만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시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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