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정원의 자선 음악회
민문자
미리내 로사 정원의 자선 음악회가 있는 해 질 녘
정원 앞 코스모스도 빨간 얼굴 분홍 얼굴로
손님들에게 어서 오시라고 까딱까딱 환영하는 듯
고추잠자리는 만발한 무궁화 꽃 위에서 축하 비행을 한다
여러 대의 자동차가 모여들더니 호젓한 푸른 동산에
영화에서나 봄 직한 하얀 2층 집이 왁자하다
넓은 거실에 ‘우슬라의 집’ 수녀와 요양원 할머니들이
앞자리에 모셔지고 내로라하는 작곡가 성악가 시인들
경향 각지 손님들이 각기 자리하자 시인인 이 집 주인의
환한 얼굴의 인사와 참석자 소개가 있었다
피아노의 음률에 따라 소프라노 테너들의 아름다운 노래에
‘브라보! 브라바!’가 연신 터져 나왔다
멋스럽게 이탈리아풍으로 잘 꾸며진 실내 장식들과
잘 어우러진 음악이 춤을 추니 천상에 온 듯 감동의 연속이다
다시 태어나도 남편의 연인으로 남겠다고 하는 시인의 끝인사로
보름달 같은 등불이 여기저기 켜진 정원으로 자리를 옮겨
맛있는 숯불구이와 쑥떡 식혜 등이 차려진 만찬을 즐겼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기다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달빛에 어린 코스모스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귀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