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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
명품 시계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7946 등록일: 2015-07-29

            명품 시계

 

                                              민문자

 

당신은 지금 시계를 차고 계십니까? 어떤 종류의 시계인가요.

인류의 문명과 문화가 원시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만 년이 흘렀지만 아마도 최근 백 년 동안의 발전만큼 획기적인 발전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에 따라 일 년을 열두 달, 한 달을 삼십일 또는 삼십일 일, 하루를 이십사 시간, 한 시간을 육십 분, 일 분을 다시 육십 초로 나누고 그 시간을 재는 기계가 필요해서 골똘히 연구하여 만든 것이 시계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세종대왕 시대에 해시계 물시계를 발명하였지만 인조 때 처음 명나라로부터 서양문물인 자명종이 망원경, 서양 대포와 함께 들어왔다고 합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우리 집에는 시계가 없었습니다.

너를 낳은 후 11시를 알리는 앞집 벽시계가 땡땡치는 소리를 들었느니라, 그러니 너는 11시에 낳았다라는 어머니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시간이라는 것이 옛날에는 정확하지 않았으니 그저 사시(巳時)에 태어났나 보다 여겼습니다.

8·15광복과 6·25 전쟁 이후 서양문물이 물밀 듯이 들어올 때 시계는 가장 선호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일반대중에게 손목시계가 필수품이고 가정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벽시계와 탁상시계가 고급 장식용으로, 결혼할 청춘 남녀에게는 예물시계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백화점과 대형 상가는 물론 도시의 골목마다 시계점포와 시계수리점이 호황을 누렸습니다.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온 시계는 중학교 3학년 때 숙부께서 사주신 탁상시계였습니다. 그리고 대학 1학년 때에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우리를 아끼시던 숙부께서 숙모에게 시계를 사주라고 하셨는데 숙모는 시집갈 때 좋은 시계 받을 것이라고 중고품 시계를 사주셨습니다. 고등학생인 남동생은 숙부가 오랫동안 애용하시던 시계를 물려받았지요. 철부지 시절 새 시계를 차고 으스대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안 계신 우리 남매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약혼할 때 남편이 작고 예쁜 애니카 시계를 예물로 주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모두 롤렉스 시계를 선호하던 시대인데 남편에게 형편상 그 아래 등급의 시계를 선물했던 기억이 납니다. 땡땡 울리는 벽시계가 있으면 좋겠다던 어머니의 소원은 결혼 후 남편이 그 소원을 풀어드렸습니다.

이만큼 시계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던 물건입니다. 짐짓 은근히 팔목의 시계를 자랑하던 사람이 많았지요. 시계가 고가 제품이라 어린 학생들도 시계를 갖는 것이 소원으로 부모나 친지로부터 헌 시계를 물려받거나 중고품을 사줘도 좋다고 기뻐하였습니다. 급전이 필요할 때는 전당포에 시계를 맡기고 돈을 빌릴 수도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청춘들에게는 소위 스위스제 명품시계라야 좋은 예물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스위스 일본 미국 등 외국에서 수입만 하던 시계가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국산화가 되어 대통령 하사품과 웬만한 회사의 기념품과 상품 선택은 의례 시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돈 있는 사람은 여전히 세계적인 명품시계를 선호했습니다.

25년 전 우리 회사에서도 스위스에서 직접 명품시계를 수입하여 힐튼호텔에서 설명회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에 두 사람을 스위스까지 출장을 보내고 스위스 본사 부사장이 직접 와서 열의를 보였지만 그 사업은 실패하고 고급시계 몇 점만 끌어안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용 선물로 소진하고 가장 고가인 시계를 남편은 내 손목에 하나 채워주었습니다. 좋은 물건이지만 제값에 팔기도 어렵고 내가 사용하며 으스댈 형편도 아니어서 소중하게 보관만 했습니다.

기술과 정보화 시대의 빠른 변화에 얼마나 디자인 좋고 값싼 전자시계가 많이 나왔습니까? 그동안 흔한 것이 시계라 선물도 여러 개 받았고 패션 시계라 욕심이 나서 사기도 해서 서랍에서 잠자는 시계가 여러 개입니다. 요즈음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아예 손목시계는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고이 간직했던 고급시계를 꺼내 봅니다. 큰돈을 투자한 증권이 휴짓조각이 된 것처럼 경제적 가치는 추락했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시계입니다.

고이 간직했던 너, 격조 높은 모임에 나갈 때 세상구경 한번 시켜주마!’

가슴 아린 추억이 서린 젊은 날의 그 명품시계를 왼쪽 손목에 채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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