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민문자
서러운 식민지의 땅에서
칠삭둥이만도 못한 모습으로
가난한 농부 아낙의 무녀리로 태어나
잘 성장하리라는 기대는 애당초 무리였다
여름엔 학질로 병든 닭 졸듯 하고
겨울이면 홍역 기침이 끊이지 않으니
가늘디가는 다리로 휘청휘청 걸어가면
꼻았구나 황새 이런 별명이 따라붙었지
부모의 DNA 덕분이던가
모든 행동은 남보다 느려도
공부는 두각을 나타내던 소녀
일찍 아버지 여의고 우울하게 처녀 시절을 보냈네
노처녀 노총각으로 만나 칠십 평생 해로하고 있으니
인내심은 끝내주는 여인이라
뒤늦게 찾아온 예술세계에의 관심과 열정은
존경하는 스승 여러분을 모시는 행복을 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