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문자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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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강 산책 -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5. 1. 19. 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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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문자 |
추천: 0건
조회: 9145 등록일: 2015-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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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강 산책 -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5. 1. 19. 월
산책
민문자
지금부터 산책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산책’하면 정해진 시간에 산책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계몽주의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가 생각납니다. 임마뉴엘 칸트(1724-1804)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인문학자입니다. 당시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로 칸트는 큰 명성을 얻을 만큼 일정한 시각에 산책했다고 합니다.
산책을 ‘산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어릴 때는 ‘산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저녁식사 후 보통 ‘아무개야! 산보가자.’라고 했지요.
산책이란 말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것을 말하지요. 여름에는 아침 6시에 나가서 한 40분 산책하고 돌아와 아침밥을 짓곤 했습니다. 요즈음은 추운 날씨 때문에 혈압이 높은 편이어서 가끔 낮시간을 이용합니다.
내가 사는 곳은 매봉산 자락이어서 산책하기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산책은 우선 페트병 두 개를 가방에 넣고 숲 속 아파트를 나서 좌회전하고 이백여 m쯤 거리에 있는 잘 조성된 생태습지공원으로 들어섭니다. 구불구불 나무다리를 돌아 천천히 걷습니다. 오른쪽 다리가 O다리로 늙어가는 느낌을 받는 근래에는 애써 어깨를 펴고 바른 자세로 뒤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하나 둘 하나 둘 셈하며 천천히 걷습니다.
봄부터 개나리 진달래 벚꽃, 창포 명자꽃 아카시아 찔레꽃 여러가지 야생화 옥잠화 피어나고, 사철 까치 참새뿐 아니라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니는 것 등 철따라 변화하는 풍경속을 걷습니다. 어느 때는 그 아름다운 새소리를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흉내 내지 못하면서 우리말 우리 글자는 소리글자라 어떠한 소리도 표현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산책할 때마다 경험하게 됩니다.
참나무 숲 속 자락길로 돌아서 나무계단 구십여 개를 오르면 구로 올레길 이정표를 만납니다. 약 1km 이상 소나무숲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매봉산 정상에 닿습니다. 나이 든 사람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산마루입니다. 바로 구마루이지요. 해발 110m밖에 안 되지만 서울시 선정 우수경관 조망명소라 해마다 새해 첫날은 해맞이 행사가 대단하게 열리는 곳입니다.
높고 낮은 빌딩 수많은 아파트군 서부 서울뿐 아니라 남산 아차산 청량산 대모산 우면산 관악산까지도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 정상 뒤쪽은 울창한 소나무숲 앞쪽은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들이 빽빽하게 있습니다. 심호흡하고 맨손체조로 몇 동작하고는 하산을 합니다. 운동기구 있는 마루턱을 지나 약수터에서 페트병에 물을 담아 메고 다시 생태습지공원 나무다리를 관통하여 집에 도착하면 보통 40분이 걸립니다
산책은 살아 있는 책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합니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보며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길을 따라 자연경을 읽는 것을 산책이라고 한답니다.
한 발 한 발 떼어 놓으며 아침이면 그날 하루 할일을 생각하고 저녁이면 그날 있던 일을 뒤돌아보며 보다 나은 내일을 설계하며 걷는 다면 좋은 산책이라 하겠습니다. 산책하는 습관을 길러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삽시다.
지금까지 산책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김종해 시인 약력
1941 부산시 출생, 1960 부산 해동고등학교를 졸업
1963『자유문학』신인상에 시「저녁」당선으로 등단(필명:南宮海)
1965『경향신문』신춘문예에 시「내란(內亂)」당선
1966 연작시집『항해일지』첫시집『인간의 악기(樂器)』『신(神)의 열쇠』 장편서사시『천노시집』(賤奴), 일어서다」 시집『왜 아니 오시나요』 시집『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시집『별똥별』시집『풀 『봄꿈을 꾸며』 『우리들의 우산』
1979 도서출판문학세계사 창립,대표(현재)
제28회〈현대문학상〉수상<한국출판문화상>수상,한국문학작가상 수상 한국시협상 수상, 공초문학상 수상.한국 PEN문학상 수상. ‘대한민국 문화훈장’수훈.
시선집『무인도를 위하여』 시선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2002 계간 시 전문지 『시인세계』창간 발행. 편집위원 김종해, 발행인은 김요일.
2004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2012 현재, 문학세계사 대표.<시인세계> (창간 10주년)발행인. 한국시인협회 평의원.
http://www.kimjonghae.com/ 자료 출전
봄꿈을 꾸며 / 김종해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께서 하문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 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 이월이요. 한 밤 두 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 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바람 부는 날 /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
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
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
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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