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지금부터 용기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학생 시절 공부시간에 선생님께서 질문하신 다음
‘이번에 누가 알아맞힐까요? 정답을 아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고 말씀하셨을 때 용기 있게 손을 번쩍번쩍 들었습니까?
저의 학생 시절에는 용기 있게 발표하는 사람이 한 반에 많으면 대여섯 명, 적으면 한두 명에 불과하고 손을 든 학우의 얼굴이 학년을 올라갈 때까지 변함이 없었습니다. 정답은 알고 있지만 일어나서 발표할 용기가 없어서 주저주저하면서 손을 못 드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지요.
이렇게 자란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때로는 잘 알면서도 두려움이 앞서서 대중 앞에서 자기의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이럴 때 떨치고 일어설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는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감은 어디서 올까요? 자신감은 아는 것이 있을 때 생깁니다. 아는 것이 힘이지요. 세상을 살면서 이것저것 많이 제대로 알아야 나에게 질문이 올 때 적절하게 대답을 할 수가 있습니다. 모를 때는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공부하는 자세로 세상을 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저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청주지방 농촌에서 의기소침한 소녀로 자랐습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작은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공부를 했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오시면 무슨 말로 반갑게 인사를 드려야 하나? 하고 혼자 인사말 연습을 많이 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연습한 대로 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노래를 못해서 노래를 부르는 장소에 가면 무척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노래 대신 시낭송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시낭송 공부를 계속하면서 그 두려운 무대에 매월 올라가서 시낭송하는 용기를 냈습니다. 계속은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계속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용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 구석구석이 더럽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맑은 마음 바른 자세로 사는 사람들, 즉 용기 있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장군처럼, 안중근 의사처럼 용기가 있었으면, 죽기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세월호 참사도 윤 일병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용기는 맑은 마음 바른 자세일 때 우뚝 일어섭니다. 용기는 자신감이고 자신감은 나의 생활을 행복하게 합니다. 같은 여자끼리도 부끄럽고 용기가 없어 말을 제대로 못 하던 제가 여러분 앞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 있습니다.
여러분! 맑은 마음 바른 자세로 자신감을 갖고 용기 있게 세상을 살아갑시다.
저는 지금까지 용기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손해일 이사장 약력>
* 1948년, 전주출생
* 전주고, 서울대 졸업, 홍익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1년 문학박사)
* 1978년 <시문학>등단
* 시문학회 회장, 홍익문학회 회장, 서초문인협회 회장 역임
* 농협대학교수, 홍익대학 강사, 격일간 농민신문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저서
*시집 <흐르면서 머물면서> <왕인의 달> <떴다방 까치집>
시낭송테잎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박영희연구>,
평론집 <현대의 문학이론과 비평(공저)> 등
* 대학문학상(서울대), 홍익문학상,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자랑스러운 서울대상록인대상 수상
* (현)국제PEN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 (현)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 (현)한국문인협회 이사
내가 하나의 나뭇잎일 때 /손해일
마르지 않는 당신의 샘에서겨우내 물관으로 길어 올린 봄쪼로롱쪼로롱 연초록 잎새에 촉트던 사랑어느새 여름도 다 가고세파에 시달려 죽어가는 흰피톨
잎파랑이가 노오랗게 이울 때마다새치도 하나씩 늘고 나이테가 선명해 질수록후회도 하나씩 늘지만 이제는미운 것들도 조금씩 사랑하며 살아야지
부질없는 욕심으로 흐려지는 시야호오 호오 마음에 낀 성에를 닦으며풋나무처럼 살아야지늘 햇살 쪽으로만 가지를 뻗어싱싱한 그리움으로 살아야지
느티골의 여름나기 / 손해일
늦장마비 한 무더기
빗살처럼 쓸고 가면
느티골에 쏟아지는 여름햇살
쓰르람 쓰르람
불볕더위 삭이는 참매미 울음소리
느티잎새 귀 간질이는
산들바람 잔물결에
산골물소리 베개 삼아
할배는 낮잠 들고
물꼬 트는농부님네
부지런한 발소리에
속살 찌는 옴벼 이삭
해질녘 수줍은 놀빛 속에
고추잠자리 몇 마리
초가을을 털고 간다
새벽바다 안개꽃 /손 해 일
바다는 육지가 그리워 출렁이고
나는 바다가 그리워 뒤척인다
물이기를 거부하는 모반의 용트림
용수철로 튀는 바다
물결소리 희디희게 안개꽃으로 빛어날 때
아스팔트에 둥지 튼 갑충(甲蟲)의 깍지들
나도 그 속에 말미잘로 누워 혁명을 꿈꾼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덧없는 날들을 어족처럼 데리고
시원(始原)의 해구(海溝)로
다음 주 학습은 문학기행입니다.
장소 ---포천 미륵박물관과 하늘마당농장
회비 없음.
일시 ---2014년 8월 18일 월요일 9시 20분까지
2호선 전철 강변역 1번출구(테크노마트앞)집결 버스 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