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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
어머님 유품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2752 등록일: 2014-08-01

 

어머님 유품

 

                         민문자

 

무더운 여름날이면

89세에 가신

시어머님 생각을 많이 한다

제삿날이 유둣날이기도 하지만

그분이 물려주신 유품 때문이다

 

어머님께 받은 것이 별로인 줄 알았는데

유품목록을 들춰보면 꽤 된다

늘 끼시던 자수정 18금 반지며

깨소금 빻을 때 애용하는 앙증스런 나무절구며

여러 가지 살림 도구들이 적지 않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담아 먹는 오이지

반들반들한 오지항아리에

오이 반 접쯤 차곡차곡 넣은 다음

둥글납작한 흑백 한 쌍의 돌로 눌러 놓고

소금물 펄펄 끓여서 부어 넣는다

 

당신은 그다지 예쁘시지 않고

여장부형 인물이었지만

모든 물건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항아리 하나도 가장 예쁜 것만 고르셨다

 

어머님이 남겨 주신

가장 마음에 드는 유품은

오이지를 담는 윤기 나는 작은 오지항아리와

오이를 누를 때 쓰는 한 쌍의 예쁜 흑백 누름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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