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그 어느 달보다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 스승의 날, 또 부처님 오신 날이 있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일깨워 주는 달이다.
엊그제 꽃같던 청춘남녀가 결혼해서 삼 남매를 두고 어느덧 44년이란 세월이 물흐르듯 흘러 세 명의 손자와 손녀 하나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나라 안팍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지만 봄날의 갖가지 예쁜 꽃들과 연록색 푸르름이 마음을 환하게 위로한다.
오월 첫 일요일 오후에 우리는 사위가 챙겨주는 초대권 두 장을 들고 긴 시간 전철을 타고 올림픽공원에 있는 아트홀을 찾아갔다.
우리 세대가 좋아하는 전통 뮤지컬 악극 <봄날은 간다>를 관람하였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였으므로 카페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시켜 창가에 앉아 먹으며 주위 청춘남녀들을 바라보다가 우리도 저런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은발의 노부부로 변해있다니
……'하며 한동안 상념에 빠져 있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오늘이 그리워 질때가 있겠지 싶어 <봄날은 간다> 포스터를 배경으로 하고 포즈를 취하면서 한 젊은이에게 카메라 셔터 눌러주기를 부탁하였다. 5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관람한 내용은 현대 안방극장의 발달된 영상에 익숙해서인지 기대에 미치지못하였다. 익히 아는 출연자 윤문식, 김자옥, 최주봉의 연기에 캉캉춤을 곁들인 악극이었다. 이제까지 보던 중 윤문식씨가 가장 멋진 모습으로 출연한 장면이었다.
사위가 어버이날을 생각해서 준비해준 초대권으로 은발의 노부부가 되어 봄날이 가는 걸 아쉬워하며 보낸 시간을 기념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