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스피치 - 아름다운 사랑 문학의 집·구로 2013.8.5
저는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잔 앤더슨은 어느 날 눈 수술을 받다가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의 버스 출퇴근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의 출퇴근을 계속 도와줄 수 없으니, 내일부터는 당신 혼자 출퇴근을 해야겠어요."
그 말에 눈이 안 보이는 아내는 절망이 아니라 배신감까지 느꼈지만 기분 상한대로 이를 악물고 혼자 출퇴근을 시도하였습니다.
수잔은 여러 번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서러워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점차 홀로서기 출퇴근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는 날, 그녀가 버스를 탔을 때 운전기사가 말했습니다.
"부인은 좋으시겠어요, 좋은 남편을 두셨으니……."
"매일 한결같이 부인을 극진히 살펴주시니 말입니다."
알고 보니 남편은 매일 아내가 버스를 타면 같은 버스를 타고 뒷자리에 앉아서 아내의 출퇴근을 등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홀로서기를 지키기 위해 남편이 내뱉은 말에 아내는 더 이상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 절망감, 이젠 사랑은 없다고 다짐했는데 말입니다.
늘 등 뒤에서 아내를 보살폈던 그 남편의 사랑이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여러분! 그녀는 남편의 사랑이 떠났다고 생각하였지만, 아내를 향한 남편의 사랑은 결코 그녀를 떠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 사랑이 그 자리에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은 늘 그림자처럼 보이던, 보이지 않던 함께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은 어떻습니까?
저는 오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시낭송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왕십리
김소월
비가 온다
비가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이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소월 약력 최동호(문학평론가ㆍ고려대 교수)
입력시간 : 2007/10/14 20:37
△1902년 평북 구성 출생. 본명 정식(廷湜) △1915년 오산학교 입학. 이곳에서 시 스승인 김억(金億)을 만남 △배재고보 졸업, 도쿄상대 중퇴 △1920년 <창조>에 ‘낭인의 봄’ 등 발표하며 데뷔 △1922년 <학생계>에 ‘진달래꽃’ 발표 △1924년 <영대>에 ‘산유화’ 발표 △1925년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 발간 △1934년 12월 음독 자살할 때까지 154편의 시를 남김
◆'진달래 꽃' 작품해설
이별에 대처하는 한국인 특유의 반어법눈물보다 서러운 축복 "잘 가세요"
1922년 <개벽>에 발표된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남녀 간의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낡은 시가 아니다. 이 시는 1920년대라는 시대적 단위를 넘어서서 사랑의 보편성을 노래한 20세기 한국의 명시라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 시에서 주목되는 것은 우선 형식과 언어이다. 알려진 것처럼 7ㆍ5조 또는 3ㆍ4ㆍ·5음절의 3음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시는 매연 3행 모두 12연의 기ㆍ승ㆍ전ㆍ결의 구조적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미적 형식으로서 견고한 완결성이 이 시에 풍요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일상적 어휘들 또한 시적인 완결성을 위해 긴밀하게 변주되어 하나의 명편이 탄생된 것이다.
다음으로 논할 수 있는 것은 여성적인 화자의 목소리가 전해 주는 절절한 호소력이다. 여성적인 화자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고 해서 이 시의 화자가 여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 연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곡진한 종결 어미들은 모두 이별의 정서를 절실하게 전하는데 있어서 유감이 없다. 남성도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하는 순간에는 이처럼 여성적인 어조로 말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의 화자는 지금 이 순간의 이별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실 때’라고 분명히 화자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가 역겨워서 ‘가실 때’는 님이 가시는 미래의 그 어느 때이다. 언젠가 닥쳐올지 모를 이별의 슬픔을 예견하면서 사랑의 기쁨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 이 시의 묘미이다. 사랑의 기쁨을 직접적인 언사로 말하지 않는 것이 한국인들이 우회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방식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시의 화자가 이별의 그 순간 눈물을 흘리느냐 흘리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이 시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로 끝나고 있다. 이별을 부정하는 ‘아니 눈물’을 흘린다고 했으니 그것은 이별의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정의 눈물이 통곡의 눈물보다 더 깊은 호소력을 갖는다는 것을 김소월은 깨달았던 것이다. 김소월을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만든 작시법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