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문자
손녀 위해 다락에 감춰 둔 홍시
바늘구멍 내어 쪽 빨아먹고
바람만 잔뜩 넣어둔 예쁜 도둑
고명딸 혼찌검 낸 할아버지
오일장마다 홍시 두 개 사러
왕복 시오리 길 다녀오셨단다
벌써 48년 전
초임 교사가 외지에서 받은 전보
「조부 위독」
부리나케 귀향해 보니
온 대소가 다 모이고
할아버지 임종이 경각에 다다랐다
그 순간에도 나를 보시고
'밥 먹었느냐'
소리 없이 입술만 달싹이다
나의 대답을 듣고 안심하고 눈을 감으셨다
지금 계신다면 자동차로 모시고 다니며
좋아하시던 고기반찬 많이 대접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