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나무에게
민문자
지난 설 전날 첫눈에 반해서 신갈나무 너에게
“우리 친구 하자” 대뜸 나는 너를 끌어안았지
그리고는 사흘이 멀다 하고 너를 보기 위해
사월 말까지 서른아홉 번 매봉 정상을 오르내리곤 했지
‘흰 눈 뒤집어쓴 너 춥겠다, 푸른 잎은 언제 피울 거냐’
이 걱정 저 걱정 하던 나
개나리 진달래가 만개하고도 한참 지나서
예쁜 연둣빛 옷을 입은 너를 보고는 환호했지
그런데 몹시 덥다고, 바쁘다고, 게으름을 피운 나
네가 얼마나 기다릴까 생각하면서도
오슬오슬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미는 이 아침에야 너를 찾았구나
아! 얼마나 그리워했으면 그리 얼굴이 누렇게 떴을까
처음처럼 너를 대할 수가 없구나
나는 참나무 너처럼 좋은 재목되기는 아무래도 글렀나 보다
미안하고 짠한 이 마음 참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