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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문효치 시인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2150 등록일: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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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문효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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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던 햇볕이 기가 죽은듯하다. 남산 문학의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이 부채질을 안 해도 수월하게 느껴진다. 2011년 8월 24일 오후 3시 문효치 시인을 만나러 올라가는 길이다. 
언제나처럼 적극적인 문학인들이 벌써 자리를 많이 채우고 있다. 사회자 전옥주 <문학의 집> 사무처장이 문효치 시인을 소개하였다. 
“문효치 선생님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 속에서 피어나는 시를 쓰시는 분입니다. 삶앓이 속에서 문학과 만난 시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를 다시 부활시키는 시를 많이 쓰셨습니다.” 
  <o:p></o:p> 
단정한 느낌을 주는 문효치 시인이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특강이 시작되었다. 
  <o:p></o:p> 
“저는 어렸을 때 병약하여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허약체질로 태어나 5대 독자인 증조부는 제가 지나가면 ‘참! 못났다 쯧쯧!’하고 혀를 차시고 아버지는 비리비리하다고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놈 같으니라구! ’ 라고 하셨습니다. 
증조부 때는 만석꾼 집안이었는데 6·25전쟁으로 증조부, 할아버지, 아버지 없이 증조할머니 할머니 어머니 3대 과부만 사는 몰락한 집안이었지요. 어떤 때는 건물만 일곱 채 있는 집에서 할머니와 둘이서 집을 지킬 때도 있었지요. 허약하니까 헛것이 많이 보이고 가위에 눌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일가 아저씨가 면장이었는데도 동네 사람들에게 저희 집안과는 왕래를 못하게 하여 왕따 집안이 되었습니다. 저도 몰락한 지주의 손자, 월북한 아버지의 아들이어서 동무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혼자 놀거나 똘(도랑)에 들어가 조개나 물고기를 잡으며 혼자 놀고 늘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시를 만나게 된 것은 서울에서 영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쌍둥이 삼촌이 방학 때 집에 내려왔다가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 시집을 떨어뜨리고 간 것을 발견하고 읽어보게 된 것입니다.『보리피리』의 사진을 보니까 한하운 시인이 문둥이였습니다. 집안에 읽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이었으므로 여러 번 읽었고 그 시집의 슬픈 정서가 나와 닮아서 좋았습니다. 
삼촌이 ‘시몬, 어쩌고저쩌고……’ 하며 시낭송하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모윤숙의「렌의 애가」였던지, 구르몽의 「낙엽」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할아버지가 문집을 내셨고 아버지도 시집을 내신다고 하셨었는데 유고집을 정리하다가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어요. 
‘못된 것은 닮아가지고!’ 할머니가 내가 문학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하신 말씀입니다. 
어른들과 삼촌들이 시를 좋아한 내력이 있기도 하고 『보리피리』시집을 만난 것이 문학바랑이라 할까요? 문학의 싹이었습니다. 
그 후 대학 3학년 때 《넝쿨문학회》신입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지금 기억으로 신달자 시인이 있었습니다. 《넝쿨문학회》에서 시낭송회를 열었는데 한하운 시인이 초대되어 만난 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문현식 선생님께서 담임을 하셨는데 글짓기 숙제를 내주면 선생님이 모르실 것 같은 책에서 고른 남의 시를 베껴가서 칭찬을 받았습니다. 글짓기 모작을 하자니 나중에는 골치가 아팠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냥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써냈는데도 칭찬을 받았습니다. 문현식 선생님은 굉장히 무서운 선생님이었는데 문효치에게는 시를 쓰게 하는 의욕을 심어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한번 아프면 2~3개월씩 병치레하는데도 시골에서 그래도 우등권에는 들었습니다. 삼촌의 권유로 중학교는 서울로 가게 되었는데 1,2차 떨어지고 3차에 균명중학교에 합격하였습니다. 중학교 때 서울대 국문과를 나오신 이병일 선생님은 국어책 이야기는 안 하고 자신의 연애이야기와 밖에 나가서 재미있는 문학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모든 예술과 문학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 ‘시’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시만 읽는다고 생각하며 외우는 것은 소질이 없어 베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병일 선생님 때문에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대학은 1차에 떨어지고 2차에 합격하여 미당을 만났습니다. 삼촌의 권유로 동국대 국문과를 지원하여 서정주, 양주동 같은 책에서 보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1차에 떨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친구 강희근 시인도 역시 그랬습니다. 그때는 미당이 우상이었습니다. 1학년 강의실에 안 들어가고 미당 얼굴 보려고 2학년 강의실에 들어갔습니다. 
양주동 교수가 국보가 맞기는 맞는가 봅니다. 노산 선생과 내기를 했다는 일화도 있고 물고기 이름 나무 이름 대기하면 순서도 틀리지 않고 잘 맞히십니다. 
미당의 『서정주 시선』(1955), 『 신라초』(1960)를 읽고 미당 흉내 내기를 하면서 미당의 영향을 받아 신춘문예작품도 한국적 정서와 의식으로「바람 앞에서」와「사색」과 같은 시를 내놓았습니다. 대학에 다니며 마음의 병을 깊게 앓는데 그 연유는 월북한 아버지에 대한 연좌제 때문에 늘 불안하였기 때문입니다. 
‘네 아버지 뭐 하시냐?’라고 누가 물으면 ‘납치당했다.’라고 말하라는 교육을 어머니께 받았습니다. ‘나야 무슨 죄가 있을까보냐.’싶어 대학에서 두 분 주임교수 신원보증인을 세워 ROTC에 지원하였습니다. 집에 방첩대원이 신원조회를 와서 막걸리를 대접하며 사실대로 이야기했더니 잘 해주겠다고 해서 통과되어 2년간 교육을 받았는데 임관 직전 ‘임관 시키지 
마라.’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이 오점으로 하사관학교에 가서 14주간 훈련을 받고 전방에 배치되었습니다. 전방에 갔더니 동기생이 소위였습니다. 소위와 하사는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군대생활 하는 동안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제대시기에 김신조 사건이 일어나서 6개월을 군대생활 더 했습니다. 
제대 후 교사생활 하는 중에 항상 방첩대에서 감시하는 통에 심장발작, 불면증, 소화불량으로 34kg까지 체중이 줄었습니다. 마음의 병, 육신의 병을 동시에 앓아서 이마에 혹이 났었는데 저승사자가 활로 맞힐 과녁같이 느껴졌습니다. 
문단에 1966년에 나와 최전방에서 3년, 고향에서 2년 있다가 시집을 무명출판사에서 자비 출판하여 문단의 주목도 못 받았습니다. 
1972년 공주 무령왕릉이 발견된 사실이 사회에 부각되었습니다. 졸속 발굴로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배재중학교 교사 시절 경복궁에 전시된 그 목관을 보았는데 1500년 동안 땅속에 있던 것이 훼손되지 않고 멀쩡했습니다. 내가 느낀 것은 배로 보였습니다. 
「무령왕의 목관」이란 시를 썼는데 누군가 월평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의 시를 보아주는구나!’하고 고무되어 그때부터 시를 열심히 썼습니다. 
무령왕릉과의 만남이 나의 피폐한 상황에서의 정신적 만남은 두려움도 주었지만 그 질곡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바다」연작시 70편 이외에는 계속 백제에 관련한 시를 썼습니다. 
잃어버린 백제, 비어 있는 부분에 이미지 부각, 형상화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백제의 유물을 현대에 끌고 와서 백제의 장인과 대화를 한 것입니다. 
강희근 교수가 ‘교통의 시학’이라고 이름 지어 주었습니다. 
1500년 전에 죽은 사람도 역시 역사를 통해서 죽음의 세계와 삶의 세계를 통합시도 한 것입니다. 예술은 진보적 성향과 전통의 세계에 속하는데 미당의 경우 전통의 세계에 더 속해있다고 생각, 미당의 시 세계에 영향을 받고 그것을 계승하고 싶어 백제에 매달려 형상화 작업, 이미지화 했는데 세상이 관심을 안 가져 주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오기가 생겨 주말마다 취재 여행을 다녔습니다. 부여, 익산 , 공주 , 일본도 네댓 차례 취재차 다녀왔습니다. 백제 우평, 백제사 같이 여러 군데에서 백제의 흔적을 보았습니다. 
문단의 중심부에서 관심을 안 가져 주었는데 여기 오늘 불려나온 걸보니 문학의 집에서는 관심을 좀 가져주는 것 같습니다. 하기는 《정지용 문학상》도 백제 시였습니다. 
어릴 때 하교 길에서 늘 혼자이므로 곤충이나 개미와 잘 놀았습니다. 곤충 하나하나를 불러내어 시를 썼습니다. 거기에도 삶이 있습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병에 걸리려나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기다려지기도 해요.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을 만나 또 어떤 시를 쓰게 될지 기다려지기도 해요. 
문단정치, 펜클럽선거, 시 분과회장 등 이길원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문단에 나왔다고 해서 후회는 안합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다양하고 넓어졌습니다. 제 시의 삶은 아픔에서 분비되어 나왔습니다. 남의 염통 썩는 것보다 자신의 손톱 밑 썩는 것이 제일 아프다고 하잖아요. 가슴앓이 많이 했습니다.” 
  <o:p></o:p> 
 물 흐르듯이 조곤조곤 이어지던 문효치 시인의 이야기가 끝났다. 전옥주 사회자는 <문학의 집> 김후란 이사장과 함께 “백제 시”를 높이 평가했다면서 마지막으로 자작시 한편 낭송을 부탁했다. 
  <o:p></o:p> 
무령왕비의 은팔찌 -多利의 말                                          
                문 효 치 
 왕비여 여인이여 
내가 그대를 사모하건만 
그대는 너무 멀리 계십니다 
   
같은 이승이라지만 
우리의 사이에는 까마득히 넓은 강이 흐릅니다 
   
그대를 향해서 사위어지는 정한 목숨 
내가 만드는 것은 한낱 팔찌가 아니라 
그대에게 달려가려는 내 그리움의 몸부림입니다 
   
내가 빚은 것은 한낱 용의 형상이 아니라 
그대에게 건너가려는 내 사랑의 용틀임입니다 
   
비늘 하나를 새겨 넣고 먼 산 보며 한숨 집니다 
   
다시 발톱 하나 새겨 넣고 
달을 보며 피울음 웁니다 
   
내 살을 깎아 용의 살을 붙이고 
내 뼈를 빼어내어 용의 뼈를 맞춥니다 
   
왕비여, 여인이여. 그대에게 날려 보내는 용은 
작은 손목에 머무르지 않고 
그대 몸뚱이에 휘감길 것이며 
마침내 온 몸 구석구석에 퍼져 스며들 것이며 
그러다가 지쳐 쓰러지더라도 
파고 들 것이며, 파고들어 불 탈 것이며 
그리하여 저승의 내정內庭까지도 
따라 들어갈 것이며…… 
   
왕비여, 여인이여 내가 그대를 사모하는 것은 
그대 이름이 높으나 높은 왕비여서가 아니라 
다만 그대가 아름다워서일 뿐 
눈이 시리게 아름다워서일 뿐입니다 
   
*다리多利 : 무령왕비의 은팔찌를 만든 사람으로 그 팔찌에 
           용을 새겨 넣었다. 
  <o:p></o:p> 
  <o:p></o:p> 
문효치 시인 약연보 
1943년 전북 옥구군 옥산면에서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바람 앞에서」 
196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산색」 
배재중학교 등에서 오랜 교직생활 
현대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역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 
계간『미네르바』 주간 
시집『煙氣 속에 서서』,『武寧王의 나무새』,『백제의 달은 강물에 내려 출렁거리고』, 
『백제 가는 길』,『바다의 문』,『선유도를 바라보며』,『남내리 엽서』2001년 
시선집 『백제시집』 
산문집『시가 있는 길』,『문효치 시인의 기행시첩』 
시선집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수상경력 동국문학상, 시문학상, 펜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김삿갓 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옥관문화훈장 
   
 민문자 실버넷문화예술관장 mjmin7@silvernetnews.com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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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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