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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
이발소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3902 등록일: 2021-05-04
 이발소

 
                     민문자
 

매달 머리 손질을 하고 오던 가장
대상포진에 묶여서 석 달이나 되어서
아내와 함께 지팡이에 의지하고서야
비로소 동네 이발소에 갔다 

10분 거리를 30분 걸려서야 도착
마침 손님은 없고 우리 연배의
주인 부부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만 이발소에 들여보내 놓고 

매주 1회 얼굴 마사지를 받는 날이라
이웃해 있는 화장품 가게로 갔다
부드러운 손길 속에 한 시간 동안 누워 있다가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이발소에 들렀다

문을 열자마자 머리를 감기는 여자가 보였다
비누 거품에 범벅이 된 머리를 숙이고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씨가 맛나요? 예, 맞습니다

신문을 보고 있던 이발사의 안내를 받고
소파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깨끗하게 헹군 머리를 이발사가 잘 다듬으니
뒤통수가 유난히 잘생겨 보였다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은 사람
왼쪽에서 부축하다 중간에 앉아 쉬는데
라면 봉지 들고 전신을 떨며 가는 이 보이네
절룩절룩 지팡이 짚은 가장 저이보다는 아름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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